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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그리움


BY 만두 2008-10-06

오늘 저녁엔 아이와 만두를 만들어서

만두국을 해먹었다..

아이가 나보다 더 예쁘게 잘 만든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기분 좋아하며 만들길래...

나는 다섯개 정도 만들고...

아이는 열 일곱개  만들었다..

 

저녁식사로는 세개씩 먹기로 하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출출하길래 좀아까 꺼내어 팬에 기름 두르고 몇개 구워 먹었다...

역시 만두는 집에서 만드는게 담백하니 맛있다...

만두피도 집에서 만들어서 해야하는데...그건 그냥 샀다...

결혼전에는 사서 쓰는 만두피 보다는..주로 직접  밀가루 반죽해서 만들어 썼는데..

신혼때 두세번 정도 만들어 해본적이 있긴 하다...

 

그당시 만두피 반죽하면서....'사랑과 영혼' 이란 영화의 데미무어를 떠올리며...

내가 반죽 할 때 뒤에서 남편이 영화 처럼 그렇게 하면 얼마나 웃길까 혼자 상상하며..

킥킥 거렸는데 남편은 왜 웃는지 묻지도 않았다...

 

왜 안물어 보는 거야? 하고 물었던 거 같은데...

나 웃는 거 못봤어? 라고 물어봐도....무뚝뚝한 남편은 내가 웃었는지 알지도 못하더라..

 

암튼...난 아까 아이와 둘이 만두를 만들면서...

영화생각도 하고...신혼때 그 영화 떠올리며 반죽하던 생각도 하고...

그런데..이젠...혼자 만드는게 아니라...

내 옆엔 나만큼의 키가 커있는...아이와 나...이렇게 둘이 만들고 있다..

 

난 아이가 내 조수 역할을 잘 해줄때..정말 좋다...

더 어릴때는 마늘도 같이 까고는 했다...

좀 더 크니..마늘까는건 하기 싫은지...안하겠다고 하길래..요즘 그건 나혼자 한다..

 

아이가 하교할때 나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가방 들어주는 보조를 한다...

가보면 친구와 올때도 있는데...난 늘 걱정이 되어 꼭 전화를 하라고 해서 내가 가야 직성이 풀린다...

마중 가는 도중에 이웃 엄마를 어쩌다 만나면 맨날 마중 가냐고 물어보길래...

난 항상 오늘만 특별히 가는 거에요...이런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도 난 마중 갈거다...라고 아이에게 말하니...

그냥 픽 웃고 만다....

아이는 나보다 더 어른 같다..

 

전에 어떤 언니가 나에게 아이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나이들면 딸이 엄마에게 얼마나 좋은 친구가 되는 줄 아냐고...

아이에게 잘하라고 했다...

그 언니 말듣고...난 더 잘하려고 노력하곤 했다...작심 삼일이긴 해도...어쨌든 노력했다..

 

조금 아까 아이 방에가서 잠들어 있는 얼굴 보며 이마와 얼굴을 쓰다듬다 보니..

이마에 여드름이 다다닥 나있던데..언제 여드름이 다 났는지...

여드름 치료 받으러 이제 데리고 다녀야 하나...세월은 너무도 빠르다...

이러다가 언제 어느 날....웨딩 드레스 입고 서 있는 아이를 보는 날이 후딱 오겠지....

보고 있어도 그립고...안고 있어도 그리운....아이...

이 그리움의 정체는 과연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