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자…
1977년생이면 나보다 17년 어리네…
그래도 지난번 상임위원회에서 보니까
올백 올림머리에 무테안경, 짙은 색 정장 포스가 나랑 별 차이 없어 보여
내가 언니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언니 말 오해 하지 말고 들어~~
사실… 달러 모으자… 라는 발언은 너무 무개념이라
걍 한번 웃고 지나가려고 했어.
국회의원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정도면 초딩 수준 아니겠니?
마치 학급회의에서 손 번쩍 들고 발언하는 순진한 어린이 같기도 하고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합니다.
기사 아저씨도 가난하고 정원사도 가난하고 유모도 가난하고…'
하는 식으로 웃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헷갈리더라…
오해는 마.
그만큼 네가 순진하다는 말이니까…
처음에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이 듣도 보도 못한 젊은 아가씨라 놀랬었어.
그렇지만, 이십 대에도 나이값 못하는 5,60대보다 나은 사람도 있고,
그만큼 순수한 열정이 있기도 하니까
나이로 판단할 건 아니지…
경력이나 짧은 시간이나마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가 중요한데,
엄마가 공동의장 맡고 있는 '새시대 새물결 운동본부 '간사와
역시 엄마가 이사장인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를 작은 복지기관에서
일한 게 전부더라…
스스로 생각해도 YWCA 정도 들어갈 거면 몰라도
국회의원 할만한 이력은 아니지?
아이… 오해는 마… 그 정도도 후하게 쳐준 거야…
몇 년 전에 나름 똑똑하고 스스로 쿨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여자가
언니한테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물어 보더라구.
한국사회에서 학벌의 중요성을 알기는 하지만,
살림만 하는 여자들을 보면 나이 들면 학벌 상관없이
정신수준이 평준화되는 걸 알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대답했지…
깜짝 놀래더군… 그 정도 학교 밖에 안 나왔냐고…
좋은 대학 나온 줄 알았다고…
글쎄… 어디까지를 좋은 대학이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가 대통령 나온 학교 출신이니까 그 정도를 말하는 거겠지…
학벌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 웃겨서
썩소 한 번 짓고 말았어.
그런 의미로 언니는 네가 안양대학교 관광경영학과를 나와서
돈 있으면 다 가는 연대 법무대학원 나온 걸 우습게 생각하지 않아.
돈 있는 부모 만난 것도 복이지… 안 그래?
그러니까 어디 가서든 지금처럼 숨기지 말고
출신학교에 대해 떳떳하도록 해.
자신감을 가지라구…
어때? 언니 말 오해 없이 들을 만하지?
언니는 외모에 대한 편견은 없어.
눈썹 문신에 쌍꺼풀, 코는 좀 손댄 것 같던데,
요즘 그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지… (아님 말고…)
사실 성형도 자아성취를 위한 투자일 수도 있고
요즘엔 외모도 실력이다… 라는 말도 있잖아.
근데…말야… 아무리 성형, 화장, 비싼 안경을 걸쳐도
머리 나쁘게 생긴 걸 감출 순 없다는 게 참 이상해…
광대뼈하고 턱을 살짝 깎아보면 어떨까…
다년간 여자들을 상대로 뷰티사업을 한 언니의 소중한 조언을
오해하면 정말 섭섭해…
사람이 가장 어색할 때가 언젠 줄 아니?
자기 몸에 안 맞는 옷을 걸쳤을 때… 야
입는 사람도 그렇지만 보는 사람도 불편하거든.
23살에 벌써 집 한 채 상속받았고,
지금 소유한 주택이 14채라고 하던데 정말이야?
해외여행하고 명품 걸치고… 그런 생활 여태 하고 살았겠지만,
내가 볼 때 넌 계속 그렇게 사는 게 어울려.
('여섯 시 내 고향'이 떠오르는 너의 외모와 어울린다는 뜻은 아냐)
엄마한테 떠밀려 정치권에 나와서 단색 정장에 나이 들어 보이는 안경…
그건 아니거든…
국회의원 한 사람 없다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천 칠백만 원이나 되는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면
언니처럼 순한 사람도 뚜껑 열리려고 한다니까…
오해 없이 들어…
너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주고 싶어서 그런 것뿐이야…
비례대표가 뭔 줄은 알고 있지?
① 소수파에게도 그 득표비례에 따라 의석을 부여하여 소수대표를 보장
② 당선기수를 초과하는 표를 사장시키지 않고 이양시켜 선거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사표 방지
③ 득표수와 의석수 간의 비례관계를 유지하는 의석비례 보장
④ 유권자의사를 존중하는 여론의 복합성 안정
이 정도 문장은 이해하리라 믿어.
그러니까… 비례대표라는 게 갖고 있는 재산과 비례해서 준다는 뜻은 아니지?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돈이 웬수지…
돈이나 이권으로 매관매직하는 게 한두 사람이 아니겠지만,
이번엔 너무 티 났다 얘…
엄마도 건설업에 여관업… 남자들도 하기 힘든 험한 일로 돈 번 것 같던데,
혹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 를 실현하는 단계라면
개같이 벌어서 개같이 쓴다… 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카더라.
오해 말라니까… 카더라 방송이니 신경도 쓰지 말고…
애가 아직 어려서 아는 게 없으면
비서나 보좌관들이라도 잘 챙겨줄 것이지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 500달러가 있느니, 어느 집에나 있을 거라느니…
미친년 소리 듣기 딱 좋은 발언을 하게 만든대~
당장 잘라버려…
그리고 설사 있다 해도 사람들이 '어서 씁쇼' 하고 내 놓을 것 같아?
그리고 또… 그 돈 모은들 날린 돈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IMF가 뭔 줄은 알고 있어?
스무 살 때였으니까, 없는 것들하고 변별성 있어 좋다고
신나게 놀러다녔겠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이 있지?
어떤 식으로든 국회의원이 됐으면 공부를 좀 해봐.
지금 만수옵화가 얼마나 뻘짓을 하고 있는지…
고환율정책이 뭔지, 주가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머리 용량이 안 되겠지만… 돈 있잖아! 돈…
개인 과외 받아봐.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임기 끝날 때까지 초딩 수준은 벗어나야지 않겠어?
언니가 다 널 위해 하는 말… 오해 안 할 거지?
그리고 '례사랑' 홈페이지… 회원 수가 80명이 뭐니…
돈 많은데 알바라도 좀 써봐.
아… 80번째는 나야… 도대체 뭐라고들 했나 보려고 회원 가입했는데
준회원이라고 정회원 아니면 못 보게 되어 있더라.
비밀 조직도 아니고 그렇게 막아놓으니 방문자 수가 그렇게 적지…
당삼빵 탈퇴했으니까 누군지 알아볼 생각은 말고…
오해는 안 할 거라 믿어… 언니가 관심이 있기도 하고
인기관리에 서투른 널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세상이 잘못돼서 계속 정치권에 남게 되면
같은 여자 선배 국회의원들 본받으려고 하지마… 돌 맞는다…
괜히 눈깔 땡그랗게 뜬다거나
특히 주디 삘겋게 바르면 직방이야.
어때? 언니 말 오해할 것 없었지?
………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네 이름은 안 썼으니까 네가 누구인지
아무도, 절대, 네버 모를 거야…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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