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큰 딸밖에 없더다니 딸 하나 잘 키운 것 같네요.
아빠랑 각방 그만 쓰라고 딸아이가 이불을 사왔어요.
남편과 각방을 쓴지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특별히 어떤 이유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즐거운 일도 없는데 매일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언제 부턴가 서로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각방을 쓴 이후 부터는 아예 없어 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작은 아들은 군대를 갔고 , 큰 딸아이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 사이가 안좋으니 딸아이도 집에만 오면 시무룩해 지고 말도 안하더군요.
평소에는 아침도 꼬박 꼬박 먹고 저녁에 일찍들어오면 저녁도 돕고 했는데 요즘엔 생각없다며
아침도 안먹고 저녁은 먹고 들어 왔다고 합니다. 식사 자리가 많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남편한테는 별로 미안한게 없어요. 남편이 뭐 특별히 잘못한 건 없지만 잘한 것도 없고.
딸아이에게 많이 미안했죠. 그런데 이게 각방을 쓰다 보니까 오늘은 방으로 가야지 해도 막상
잘때가 되면 도무지 엄두가 안나더라 구요.
남편도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제가 따로 잘거라 생각하고 혼자 방으로 쓱 들어가 버립니다.
내심 오늘도 밖에서 잘꺼야? 지나가는 말로라도 물어봐 주길 바라기도 하는데...
지난 수요일에 딸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일찍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손에 엄청 큰 보따리가 들려 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니 이불 인것 같더군요.
이게뭐니?
아 ~ 엄마 이게 미오셀 까사 라구 완전 신기술로 만든 항균 이불이래. 엄마 극세사 알지? 극세사보다 몇십배 더 촘촘하게 만들어 져서 진드기나 아토피균 같은게 아예 서식 하질 못한데. 엄마 밤에 잘 못자지? 그게 숙면을 도와주는 이불이래~
딸아이는 유독 밝은 목소리로 사온 이불에 관해서 이상할 정도로 꼼꼼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엄마 ! 그거 코오롱꺼야! 메이커야 메이커. 다른 이불보다 좀 비싸! 안방 침대 이불 이걸로 바꾸고 못 이기는 척 하구 먼저 가서 누워있어~ 아빠오면 내가 이불 사왔다구 엄마 써보라구 안방에서 자라고 했다구 할께!
그리고는 안방으로 가서 직접 침대 이불을 바꿔 주곤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갔습니다.
딸아이가 사온 이불 위에 누우니 살짝 눈물이 나더군요.
좋은 이불이여서 일까...딸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너무 포근했습니다.
최근에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각방생활은 그때로 끝냈습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아직 괜시리 어색하긴 하지만요.
저희 딸 너무 예쁘죠? 꼭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큰 딸이 있으신 어머니들! 큰딸한테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