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등을 가진 사내
설레는 마음으로
부천행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
여덟 명의 손님을 끌고 가는 버스 기사의 푸른 등이
참 외로워 보인다.
까만 썬글라스에 굳게 닫혀진 입
그가 의자 바닥에서 몸을 뗄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도 의자에 묶여 있는데
예전에 화장 향기가 풍기던 안내양이 앉아있던 자리는
휑하게 바람만 불고
쓸쓸한 사내만이 손님을 모시고 떠난다
"손님 여러분, 이곳에서 15분간 정차하겠습니다
늦지 않게 승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의자 바닥에 앉아있는 4시간 동안 허용된,
몇 마디 뿜어져 나오는 재미없는 말들이
쓸쓸하게 나뒹구는 고속버스 안에서
나는 그가 옆에 달고 다니는 작은 거울 속으로
화려한 눈화장을 하고 그에게
'찡긋' 눈을 감아 보이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출처 : 최연심 님 (살아있는 시 동인회지 - 길은 서두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