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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BY 무스끄리 2009-09-23

 

 

김호기님의 '내인생 안단테 칸타빌레'중에서 골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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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고, 성공 또한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는 한 번의 성공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거만해지거나, 또 반대로 한 번의 실패에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절망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 그의 취임 첫 연주곡 ‘브람스 교향곡’이 끝났을 때 우리는 관중들의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단원들은 큰 희열을 느꼈지만 지휘자는 기뻐하기는커녕 무대 대기실 벽에 머리를 박고 하염없이 울었다. 관중의 반응과 상관없이 최악의 연주를 했다는 음악가적 양심 때문이었다. 그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도예가가 그릇을 완성하고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이 그릇을 망치로 깨트리듯 한 치의 결함도 없는 음악적 완벽을 요구하는 그의 프로근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따르기로,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함께 연습하고 연주한다는 그 자체가 그렇게 즐겁고 흥분될 수 없었다

 

* 미치도록 좋아하는 한 가지 일,마음을 다해 닮고 싶은 한 사람,그리고 부족한 나를 이끌어줄 한 사람…….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세 가지 비밀.

 

* 가난은 사람을 참으로 무력하게 만들었다. 우리 형제들 모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은 했지만 끝을 맺기까지 가난과 끝없이 싸워야 했다. 내가 느낀 박탈감을 그 당시 오빠들이라고 왜 안 느꼈을까마는 착하기만 한 우리 남매들은 어느 누구도 부모님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이구 얘들아! 그래도 돈 걱정이 제일 편한 걱정이야. 사랑하는 가족만 있다면.”매사에 긍정적이신 이모의 말씀이다. 옳은 말씀이긴 하다. 하지만 인간의 불행은 언제나 이론과는 다른 현실 속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돈 때문에 때론 지독한 상실감과 고생에 시달렸지만, 또 그 덕에 우애 깊은 형제들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이모 말씀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오빠들과 언니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불쑥 솟아오르니 말이다

 

* 전부라고 생각했던 한쪽 문이 닫힐 때, 사람은 누구나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 다른 쪽에 새로운 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 이 세상에 영원한 관계란 없다. 잠깐 땀을 식히고, 머리를 기대고 쉴 수 있을 뿐,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언제나 이별 앞에 담담하지 못하다. 나는 언제나 이별에 서툴다. 

 

* 물질이 우위가 되는 세상은 우울하다.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돈으로만 환산하려들기 때문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실용적 가치만으로 매길 수 없는 유무형의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 비오는 날이라 나무 값을 깎아준다는 할아버지의 낭만을 어떻게 돈으로 셈할 수 있을까. 손익계산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이탈리아 모라시 할아버지의 돈 주고도 못 살 그 낭만적인 거래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곤 한다.

 

* 빨리 시작한 사람이나, 늦게 시작한 사람이나 시작하는 그때가 바로 가장 적기다. 아무리 시작이 늦었다 해도, 남들보다 그 결과가 조금 늦을 뿐 결과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늦었다고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좌절했다면 이 순간의 성취감은 절대 느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 자기 전에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나는 집을 지어 살고 싶어. 그냥 하얀 회벽에 나무 바닥이면 좋겠고. 제일 밑층은 바람 통하는 차고로 쓰고, 2층에서부터 작업실이 시작되고, 3층에는 거주를 하고 4층은 손님들과도 즐길 수 있는 홀을 만들고 싶어. 정말 꿈같은 이야기지만…….”그런 내 말에 메이메이는 너무 쉽게 대답을 했다.“언니! 모든 일은 꿈에서부터 시작되잖아"

 

* 어머니 첫 제사 때,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먼저 절하시겠다고 하고는 그 자리에 엎드려 내내 우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남은 사람들은 그 빈자리에 어쩔 줄 모르고 절망한다. 비탄에 젖어 눈물 흘린다. 사랑의 크기와 상실의 크기는 비례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 역시 사랑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랑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힘이 들어 있었다. 사람의 영혼을 진동시키는 매력적인 음색을 갖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 목소리가 내 귀 가까이로 다가왔고, 내가 일하는 자리 바로 옆에 앉아 그녀가 내 이야길 조용히 들어주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따뜻하게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듯했다. 생전 알지도 못하는 그것도 먼 미국 여가수의 목소리, 그 소리에 빠져들면서 나는 점차 그 시커먼 소용돌이에서 아주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정말 이상하고도 신기했다. 한 사람의 노래가 내 마음을 이렇게나 변화시키다니……. 어머니 죽음 이후로 사람들에게 꽁꽁 문 닫았던 내 마음의 빗장이 스르륵 열리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완전히 회복이 되자 나는 노라 존스가 진짜 내 친구가 된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 그녀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나는 그녀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 어떻게든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노래가 괴로움에 지쳐 있던 한 사람의 영혼을 구했다는 사실을알게 된다면 그녀 역시 얼마나 행복한 기분이 될까. 나는 그녀에게 그 행복감을 선물해주고 싶었다.고심 끝에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세상에 하나뿐인 오직 그녀만을 위한 바이올린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바이올린이 그 착한 목소리와 함께 노래하길 바랐다. .......  막상 악기를 완성했지만 그녀에게 전달할 방법이 막연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지인을 통해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지인에게 악기를 건네면서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악기 전달여부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선물을 하면서 내 신상에 대해 밝힌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감사하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편지를 한 장 써 넣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나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날 모르겠지만, 나에게 당신은 이미 훌륭한 친구입니다” 그녀가 받았든 안 받았든 일단 내 마음을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 내가 받은 놀라운 선물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길이 없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이에요. 난 그 바이올린을 사랑합니다. 내가 받은 것 중 최고의 선물이에요. 한국에서 공연이 있다면 만날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합니다.'   –노라 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