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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햄버거


BY 초강 2009-11-20

 

 

11월 13일 금요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울컥 짜증이 심한 날이었다. 하교하는 딸애를 위해 간식을 만들어 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궁리하다가 맥도널드 햄버거 홈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백맥 세트 하나,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 세트 하나, 치즈 버거 단품 하나. 맞으시죠 고객님? 소용시간은 40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곧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집에 돌아온 딸한테 햄버거를 주문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햄버거가 배달되어 오는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우리는 안방에서 TV를 보며 뒹굴었다. 그런데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1박2일' 프로그램이 다 끝나도록 영~ 감감소식인 홈서비스. 시계를 찾으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시 주문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조회해보니 출발했다고 나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요.' 학원 갈 시간이라며 짜증을 내는 딸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달랬다. 그런데 1시간에 30분을 더해 기다려도 햄버거는 배달되지 않았다. 전화도 한 통 없었다.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해당 지점으로 전화를 넣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에이, 씨-' 안내 교환원을 출발 했다고 하고, 햄버거는 배달되어 오지 않고, 딸애는 학원 갈 시간이라며 징징대고. 짜증이 한 여름 해운대의 밀물처럼 올라왔다. '오기만 해봐라. 아니 내 시간이 그렇게 우스워? 어떻게든 따져서 내 시간을 보상 받고 말거야.'

 

결국 1시간 40분을 조금 넘기고서야 현관벨소리가 울렸다. 기가 막힌 내 얼굴표정을 보았는지 배달원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아니 그게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풀어질 일이냐고.  사과만 받고 햄버거를 먹자니 내 기다린 시간이 억울하고,  돌려보내자니 당장 딸애가 먹을 간식이 없고, 한참을 씩씩거리다가 배달원의 손에 들려 있던 햄버거를 빼앗아 계산하며 이렇게 말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당신 같으면 이 햄버거 유쾌하게 먹을 수 있겠느냐고.돌아가서 지점 매니저에게 사과 전화하라고 전해주세요."

 

한참이 지난 후 지점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배달원들이 결근을 하는 바람에 배달 햄버거를 전부 택시로 돌리느라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중간에 보고를 해줘야 할 것 아녜요. 그러면 취소를 하던지 해서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니냐구요. 아유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도 제 속이 편칠 않네요." "그러게요. 제가 경황이 없다보니까. 전화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 주문하신 내역을 다음에 다시 주문해 주신다면 오늘의 이 죄송한 마음의 표현으로 서비스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정 그러시다면 제 몫은 놔두고 딸애 몫인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 세트와 치즈버거 단품 하나만 서비스해 주시던가요." "아,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안내원에게 메모를 남기겠습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 치밀었던 화가 다음 기회에 서비스를 해준다니까 슬쩍이 가라앉았다. 내 시간이 언젠가 먹을 내 아이 간식으로 보상받은 기분이어서 좋았다. '그런데 내가 왜 내 몫은 빼고 딸애 것만 다시 서비스해달라고 한거지? 이건 뭔 심사?'

 

암튼 내 쪽에서는 손해를 본 일이 없다는 안도감으로 그 순간을 잊었었다. 그런데 오늘 딸애가 하교하면서 갑자기 햄버거 좀 시켜달라고 한다. '아하, 내 서비스 햄버거가 있었지!' 바로 예전의 주문 그대로를 넣었다. 그리고 안내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11월 13일에 햄버거를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메모되어 있는 거 혹시 뜨지 않나요?" 그런 메모는 없다고 한다. 나는 그날의 일을 세세히 기억하며 지점 매니저와의 약속이 있었음을 알렸다. 잠깐 확인해보고 연락을 준다는 안내원으로부터 15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안달이 난 나는 다시 확인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나와 통화한  안내원이 아니라서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한다. 정말 햄버거 공짜로 먹기 힘들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로부터 약 10여분이 지난 뒤 드디어 전화가 왔다. "아 고객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내용 확인이 되었습니다. 소용시간이 약 30분 정도인데 지금 배달해 드릴까요?" 순간 본전이 생각났다. '그냥 내 몫도 포함해서 공짜로 가능하냐고 물어볼걸. 아니 뭐, 지금 물어봐도 되잖아? 그땐 도대체 왜 튕긴 거야?' 내 몫도 추가로 공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아이구, 다시 확인해서 연락을 준단다. 그렇게 무작정 또 기다려서 드디어 장장 1시간 5분만에 공짜 햄버거를 오늘 두 모녀가 맛있게 먹었다. 끄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