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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힘들 당신에게 아무 힘도 못줘서 미안해요.


BY 명국맘 2010-01-17

2년전 다니던 매장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힘들게 문을 연 우리 가게가 곧 정리에 들어가게 되었네.

처음 가게를 시작할때는 참 꿈도 많았고 희망에 차 있어서 힘들어도 힘든줄 모르고 일했었는데

일년간은 계속 매출도 오르고 이대로만 간다면 3년뒤엔 좀더 늘려 갈 수 있겠다 당신이랑 꿈에 부풀어 참 행복했었지

대출을 반이나 끼고 산 20년된 아파트라도 우리집도 생기고 아이랑 떨어져 살지 않아서 좋다고 너무너무 좋다고

애를 물고 빨고 행복해 하는 당신이 참 보기 좋았는데....

2008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치 불황에 조금씩 매출이 줄어들때도 당신은 곧 나아질거다 나아질거다 날 안심시키며

열심히 일해줬는데...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는 구멍가게들이 동네에 넘쳐나고 단골로 오시던 분들도 직장을

잃거나 다른곳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되면서 슬슬 걱정이 되면서 당신한테 참 바가지도 많이 긁었지.

그냥 다니던 직장이나 다니며 월급받으면 속편할걸.  자금도 없으면서 무리해서 가게를 냈다고 얼마나 당신을 원망했는지 사람맘이 참 간사하더라. 장사 잘될땐 그런생각도 안났으면서 힘드니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당신탓만 하게 되고

힘들게 힘들게 1년을 더 끌어오다가 작년말에 결국 정리를 하는 쪽으로 결정하면서 당신 많이 고민했죠?

당신이 고민하고 힘든결정 할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위로조차도 못해줬던 내가 참 많이 미워요.

그래도 당신은 본인이 못나서 나 힘들게 했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고 조금만 더 참고 새롭게 시작해 보자 할때

대답은 안했지만 속으로 대답한거 당신도 알고 있죠?  나 당신이랑 13년이나 산 여자예요.  내가 말안해도 당신하고 같은맘이란거 알아줄거라 믿어요.  이제 새해예요.  남은 가게 정리 잘하고 당신도 매장일 봐주고 나도 직장 다시 다니면

울 아들 학교 보내고 맛난거 먹이면서 키울 수 있어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힘내요. 알았죠?

당신한테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