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얼마만에 쓰는 편지인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엄마에게 카드도 쪽지도 종종 쓰곤했는데, 괜스레 그런 작은 표현도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얼마 전 엄마가 김장한다고 내일 오라고 전화했을때, '네~'하고 철썩같이 대답 해 놓고,
다음날 오후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탓하며 이불속에서 밍기적거리다가
엄마가 오후에 전화해서 아이들 추우니까 오지말라고 말했을때에 많이 미안했어.
엄마는 시린손을 꽁꽁대며 아빠랑 단둘이 그 많은 김장 다 했을 생각하니까... 눈물나게 고맙고, 미안했어요.
우리는 단촐하게 딸 둘 뿐이고, 내가 막내이지만, 내가 먼저 결혼해서 아이도 둘 있고, 언니는 아직 미혼이고 하니까,
내가 엄마와 아빠를 더 챙기고, 함께하고 해야하는데... 생각 짧은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후회가 든다.
이렇게 나 아직도 철 들려면 멀었나봐. 그나마 아이낳고, 엄마의 마음 백분의 일은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나 아직 갈길이 멀다. 휴 ㅜㅜ
엄마! 3년 전 생각 나? 엄마 그때 나이 49세였고, 내 나이가 26세였지.
내가 갑작스레 결혼한다고 해서 많이 놀랐지. 뱃속에 아기까지 있어 더 크게 놀랐을꺼야.
49세라면 누가봐도, 커트라인으로도 아줌마인데, 그 젊은 나이에 할머니가 됐으니.. 엄마 많이 속상했지?
지금은 손자, 손녀라면 껌뻑죽고 이쁘다고 하지만, 그때는 할머니란 호칭에 낯설어 하기도 하고,
싫어하는 기색도 있더라.
또 아빠가 나 때문에 힘들어서 술도 많이 드시고, 괴로워하실때 엄마가 중간에서 많이 힘들었지.
날 믿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빠의 설득도, 확고한 내 선택도 다 엄마 덕분에 한 것이었어.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 결혼초에는 순둥이라서 아빠 앞에서만 애교 부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낯도 가리고,
누가봐도 천상 여자인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니면 아줌마가 되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것인지! 언니와 내가 잘못하면 꽥~ 하고 소리도 지르고,
아빠에게 따따따~ 잔소리도 퍼 붓고, 홈웨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편한 몸빼 스타일의 옷을 입고,
마트에 가서는 깜짝세일같은거 하면 집에서는 잘 안 움직이면서 얼마나 빠른지...^^
그렇게 초고속으로 움직여서 싸게 사고야 마는 마담이 우리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세상에 찌들고, 언니와 나 키우느라 고생하고, 달라진 모습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엄마도 이제는 좀 엄마 자신을 위해 치장도 하고, 엄마것도 좀 사고, 엄마만을 위한 시간도 가져.
김치냉장고 사 준다고 하니까 그것도 한사코 마다하고... 좀 못이기는 척 좀 받으셔~~~.
엄마! 늘 부족한 딸래미라서 항상 미안하고, 이쁘게, 곱게 잘 키워서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쑥스럽지만 사랑해요~ 앞으로는 효도하는 착한 딸래미가 될께. 아빠, 엄마 건강하세요~~~
언니와 나, 사위가 엄마와 아빠를 많이 존경하고, 사랑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