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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고마운 남편에게


BY 햇살녀 2010-02-01

당신과 나 결혼하기 일주일전에도 너무 심하게 싸워,
엄마가 평생 후회 안하게 결혼 포기하려면 하란 말에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는 불효라 생각해 결국 결혼을 하게 되고, 이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4월엔 우리 첫 아이가 태어 나기도 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큰 당신이기에 환경을 배려해야 하는데,
늘 힘든 현장일 하면서, 집에 들어오면 술만 마시는 당신이 너무나 싫어,
생각을 하며 사는 거냐, 우리도 이렇게 힘들면 엄마한테 손좀 벌려라는 등 오빠의 마음에도 상처만 주었네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천오백만원자리 옥탑방 전세집에서 곰팽이 균과, 협소한 공간인데다가 3월엔 월세 전환으로 요즘들어 더욱 오빠와 나는 신경전으로 자주 불화가 생기곤 해, 뱃속의 아이한테 너무나 미안한 맘이에요.
좋은 걸 보여주고, 듣게 해줘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은 싸우니 나도 지치고, 이 생활이 너무나 힘들게만 느껴져요.
그래도 오빠 내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참는데까지 참다가 결국 터트릴땐 난 또 그게 못내 서러워 펑펑 소리내며 울기도 하고. 그럼 오빠는 시댁에 가서 하루를 자고 오는 모습에 난 또 더 서러운 생각만 들게 되더라고요.
내가 조금만 더 참고, 오빠의 환경이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배려와 포용을 갖추지 못해 미안해요.
오빠도 하루하루 힘든 생활에 난 임신이란 핑계로 이렇게 편히 집에만 있는데, 항상 술만 마신다. 왜 우린 옥탑방서 탈출을 하지 못하냐. 미래가 없냐라는 등의 말로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오빠를 안보면 이상하게 보고싶고, 생각이 나요.
이런 나의 맘은 오빨 간절히 사랑하면서도 미안한 맘인거 알아 주고요.
나도 우리 애기 태어나서 1년만 키우고, 꼭 나가서 살림에 보탤 수 있도록 할테니 그 전까진 힘들어도 오빠 힘내요.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오늘은 맛있는 호박김치돼지고기찌개 끓이고, 소주 한병도 준비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