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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의 엄마에게 시흔셋의 딸이 미안하다고 고백합니다.


BY 쏭아리 2010-02-01

올 해 90이 된 당신~

모두들 살기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을 여섯이나 두셨지만 결국 엄마를 당신의 딸 , 내가 모시게 되었네요.

엄마와 함께 산지 2년...

눈도 밝고 귀도 잘들리고 정신도 말짱한데 다리를 제대로 못쓰니 화장실도 혼자 거의 못가셔서 오강을 사용하시고 밥도 식사 때마다 차려드려야 하고~~

당신으로 인해  제 생활이 좀 더 고달파진건 사실이에요~

식사때도 익숙치 않은 틀니를 끼고 드시다 보니 음식물이 줄줄 새기 일쑤고, 목욕탕 모시고 간다고 해도 힘들다고 안간다고 고집피우셔서 노인네 냄새도 나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변비로 인해 대변볼때마다  나를 초비상 상태로 몰고가며 똥빨래까지 해야하니...

당신이 가여운 마음도 들지만 때로는 늙고 힘없이 늘 안방 침대에 누워 앓는 소리를 하는 당신이 참 밉기도 했어요~

그래서 가끔 안씻는걸로 , 안움직이시고 가벼운 운동도 안하려고 하시는 당신에게 톡쏘는 말투로 잔소리를 하면 당신은 서운한 말투로 "너도 늙어봐라~" 라고 하셨죠..

속으로 난 " 엄마처럼 돈도없고 힘도없고 의지도 없이 그렇게 늙진 않을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제 의지대로 될일이 아니란것을 알고 있답니다.

당신으로 인해 삼시세끼 밥때 맞춰 식사차려드리느라 마음놓고 외출 한번 할 수 없고 친구들이 단풍놀이니 뭐니 하며 놀러가자고 하는것도 다 뿌리쳐야했고~

한 때는 모든것이 다 고되고 힘들고 짜증스러웠지만 요즘들어 부쩍 더 힘이 없는 당신을 보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당신의 지나간 90평생이 참으로 서글프네요`

자신을 위해 돈 몇만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그렇게 자식들 키우느라 한평생 받치고도 부귀영화는 커녕 쓸쓸히 힘없이 늙어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같은 여자로서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네요.

당신이 얼마를 더 사실지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더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내가 옆에서 엄마의 손 꼭 잡고 많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또 들어드릴께요.

그동안 엄마의 마음을 서운하게 했던 모든일 미안해요~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

부디 남은 인생~ 더 아프지 마세요!! 제가 엄마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