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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아 다시 엄마 발 뻗고 푹 주무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BY 할수있어 2010-02-01

엄마, 엄마 얼굴 못 본지 한달은 된거 같아요.

엄마, 속상할까봐 찾아뵙지를 못하겠어요.

전화 한통 걸까해도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할 지 밝은 목소리로 해야할 지, 우울한 목소리로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도 못 드리고 있어요.

평생 이 직장 저 직장 옮겨다니고

사업 합네 하고는 돈 한푼 집에 안 들여놓는 아빠때문에

엄마 평생 저희 다섯 형제 키우시느라

안해본 일 없이 고생 많이 하셨죠.

그래도 언제부턴가는

" 내가 남한테 나쁜 일 안하고 잘 살아서 내 딸들은 다 잘 사니 뒤늦게 복 받는가보다
  내가 남편복은 없어도 자식복은 있나보다 내가 이제는 밤에 발 뻗고 잔다 "

가끔 하시던 말씀이 귓가를 맴돌아요.

내 딸들은 다 좋은 남편 만나서 잘 산다고 늘 기분 좋아하셨는데...

작은 사위가 실직하고 집에 있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릴 때는

참, 입이 안 떨어졌어요.

엄마는 걱정마라 또 다른 곳에 취직할거고 또 좋은 날이 올거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셨지만 전 엄마 마음 알아요.

제 맘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무능한 남편때문에, 수입 없는 남편때문에..그 아픔을 평생 겪으셨기에

이 딸이 겪을 아픔에 입술이 다 튀어오르고 밤마다 잠 못 주무시는걸 저 알아요.

엄마, 죄송해요.

제가 잘 살아야 되는데..

엄마 생각해서 평생 실직이라고는 하지 않을 남자를 만났어야 하는건데..

실직했어도 엄마에게는 끝까지 비밀로 했어야 하는건데..

그렇지만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동안 남편이나 저나 열심히 살았고

그래도 집 한칸은 마련해두었잖아요.

제가 일하고 있으니까 먹고 사는건 그런대로 괜찮아요.

전보다 줄이고, 줄여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아요.

애 아빠도 뭐든지 하려고 이력서도 많이 내고, 새로운 일할 것 없나 여기저기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곧 좋은 날이 오겠죠.

엄마, 지난날 떠올리시면서 제 마음 아플까봐 지레짐작하면서 더 아파하지 마세요.

전 무일푼으로 열심히 일해서 자식 다섯을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낸 자랑스러운 엄마 딸이예요.

엄마, 전 엄마 닮아서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아요.

저 엄마 닮아서 슬픔에 지치지도 않고 현실에 무너지지도 않을거예요.

저 씩씩해요. 아시잖아요..

엄마, 걱정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식사도 잘 하세요.

저랑 애 아빠 믿어보세요.

머지 않아 다시 엄마 발 뻗고 푹 주무실 수 있게

다시 우리 딸들이 잘 살아서 걱정이 없다는 말씀 하실 수 있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