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욜 따스한 봄볕이 살짝 걸린 오후.
직장에 볼 일이 있어 잠시 다녀오려.
오랜만에 나의 애마(자전거)를 꺼내 타고 코에 바람을 한껏 부풀리며
시내 한복판쯤에 다달았다. 저만치서 교통통제란 안내멘트가 울린다.
뭔행사가 있나보다 뭘까^^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주말 시내 중심가에서 행사를 한다드만
그 행사땜에 건너던 길을 멈춰서 있는겐가보다
나로 말하자면 나와 직접적인일 아니면 그다지 관심없는 사람이라
뭐이 가수나 연예인이 와서 콘서트를 하든 뭘 하든
가던 길 열심히 가는 사람이라
아무런 관심없다.
그..러..나
더러 어떤일엔 예외도 있는법^^
나역시 무리속에 끼여 어찌할수없이 멈춰서 어쩌나
회사 사장님과 약속해 둔 시간을 지켜낼수 없을거 같아
전화를 드리나 어쩌나 하던참에
저만치 내 눈길이 머문
신한은행 맞은편 사거리 농협쪽 방향에
훤칠한 광채 나는 누군가 나의 눈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다
그는.
경찰제복을 입은 정~~말
멋있는 폴리스맨이 아닌가
.. 어머나.. 어찌 저렇게나 멋있는~
도대체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얀 백발의 훤칠한 키에 멋진 제복 차려 입은 경찰아저씨~~
멋있다는 표현 그것 이상의 뭐랄까
단박 설명이 쉽잖다.
그래 맞다
멋있다에 아주 품위 있는 멋있다가 적절할거 같은
맞다. 품위 있는 멋스런 느낌의~~
검은 선글라스까지 넘 멋있다
가까이서 볼 순 없지만.
그만치의 거리에서 바라본 그 분은 분명
거의 완벽에 가까운 품위 있는 멋스러움을 지닌 느낌이다.
사람. 저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맘이라고
나는 여학교 다니던 사춘기 시절. 친구들이 벽에 영화배우 사진
걸어두고 멋있네 어쩌네 하면 그것만큼이나 유치함이 없다고
삐죽이 핀잔을 던지던.
아뿔사~ 분명 나는 사십하고도 중반에 들어선
대학생 아들을 둔 애미라는 이름으로 산지 20년에 가까운
아줌마다.
그런 내게 봄바람이 코끝을 살랑이는 토욜오후
품위를 갖춘 아주 멋진 신사분을 먼 발치서
야릇한 설레임으로 넋을 놓고 바~라~보~고~있~다.
마치 사춘기 소녀 마냥^^ 나도 몰래 와우~ 짧은 외마디를 내고 말았다.
그것도 잠시 정말이지
우리가 자주 하는 표현처럼이나 눈깜짝할 사이 그 멋진
백발의 신사분은 내 눈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 일을 우짤꼬나 그야말로 꿈속에서 본 듯 순간 분명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안타깝고 아쉬운 노릇이 있나.
어찌하꼬나.
대략난감이다.
솔직히 내 눈앞에 잠시 스쳐간 그의 모습을 눈에 선명히
새겨둘 시간도 없는 찰라였으니
이젠 내 눈을 의심할수 밖에
내가 본 그분이 정말 그렇게나 와우~의 탄성을 낼만큼 멋있는 분이었나
다시 한번은 봐야한다. 딱 한번만큼이래도 확인이 필요한데
그분은 내 시야에서 시침 뚝 떼고 사라져버렸다.
............ ................ ...............
맞다.
아무래도 도로 한쪽에 세워져 있던 폴리스카를 타고 행렬의 선두로
이동하신걸게다. 누군가 나의 맘을 훔쳐 봤다면 정말이지
대책없고 주첵없고 방법없는 스토커 아줌이 분명 확실타.
붐비는 행인들 사이를 비집고 자전거를 타고 저만치 앞서는 행렬의
뒤를 따라 선두 그룹이 향하는 역광장으로 향했다
내 직장이 그곳에 있고 나는 황금같은 토욜 오후 직장에 볼 일이 있어
오던 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사장님과의 약속은
나혼자만의 일방적인 보류~~
역광장에 다달아 그분을 찾는데 눈길을 모으느라
코앞에 있는 회사 건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곳에도 그 분의 그림자는 이미 사라졌다.
어쩌나 어쩌나.
원래 찾는것은 더 간절한법
어쩌나 어쩌나.
맞다
저쯤 바라보니 그렇구나.
로타리를 향한 선두 그룹이 방향을 틀어 있다.
누가 뭐래든 이쯤이면 어찌 할 수 없다.
꿈에 본듯 내 가슴을 천길 낭떠러지로 낙하시킨 그분을
한번쯤은 확인해야한다.
좋타. 더이상의 갈등을 할 상황이 못된다.
사장님과의 약속 하늘로 휘~ 날려보내버렸다
약속이란것을 아주 결벽증에 가까울만큼 중요시하던 내가
아무런 대책없이 자전거 바퀴를 로타리 방향으로 돌렸다.
그럼그렇지 맘이 가는곳에 뜻이 통했다
그 멋쟁이 경찰아저씨 그곳에서 선두 그룹을 이끌고 계시잖은가
순간 카메라 폰이 슬핏 생각난다. 그렇다.
젊은이들 연예인 만나면 눌러대드만
중년 아줌 폰에도 카메라 기능이
버젖이 있구만. 서스럼없이 폰 카메라 기능을 눌러댔다.
가까이서 눌러 대는 실례를 범하고 싶진 않아 멀찍히서
몇컷을 눌러 보았지만. 너무 먼 거리라 형체만 알아볼정도다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낱낱이 고하려면 증거가 필요한데ㅎ
욕심이 생겨난다만 어쩔수없다
설핏 그 폴리스맨 나의 후레쉬 세례를
눈치 채신것 같다.
그래 이즈음에서 접자.
마침 그분의 곁을 함께 따라 가는 이벤트 회사 직원 정도의
남자분께 더없는 용기와 주책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제복이란것이 그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데 더없는 신원증명서구만
대한민국에서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눈뜬 장님이 아니라면
경찰제복입은 사람을 향해 저 경찰아저씨는 뭐하는 분이냐니......
<저기 실례합니다만. 여쭤보고 싶은것이 있는데요
저기 저 경찰아저씨는 뭐하는 분이세요??!!>
이런 애매하고 적당히 석연찮은 느낌의 질문에
영~ 문제의 아줌으로는 안 보였는지
교통지도과 소속의 분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 그렇구나. 평소 경찰서. 전혀 나와는 거리가 있는
아직까진 경찰서란곳에 볼일이 특별히 있었던 기억은
없다.그러고 보니 올 여름 운전면허증 갱신하러 갔던거
말고는 기억나는 일은 없는데.
암튼 그 날 오후 누군가 나의 의도를 알아 봤다면
그 홀라당 정신 나간 헤프닝은
정말이지 혼자보기엔 아주 많이 아까운 잼꺼리였는데
어쨌든 품위 있는 멋스런 그 폴리스맨 덕분에 나는
지난 주말 뜬구름 속을 몇바퀴나 여행하는 즐거운
호사를 누렸다.
경찰아저씨. 아~주 멋있으셨어요
수고많이 하시구요.
길에서 뵈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월욜 출근해서 직장 동료에게 토욜의 일을 얘기했드만
<어머나~ 그분 아는분인데
근데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어쩌다 그런 할아버지한테 홀라당 정신을 뺏기셨나요
요즘은 시골아줌마 눈이 도시아줌마보다 높다드만
딱히 그런것도 아닌갑다> 요런다........
암튼 분명한건 지난 토욜 오후 햇살은 따스하고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