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영화의 어제와 오늘
요즘 부쩍 종교 영화가 극장가에 자주 등장한다.
궁금한 마음에 종교 영화를 검색해 봤더니 이토록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직간접적으로 종교와 관련된 영화들 리스트가 쭈욱~ 검색되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고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던 몇 작품을 골라보았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종교가 과거와 현재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차분히 감상해보자.
- 천주교 영화 이야기 –
<미션>
장르: 드라마
런닝타임: 125 분
개봉:
감독: 롤랑 조페
출연: 로버트 드니로(로드리고), 제레미 아이언스(가브리엘 신부)
1750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86년 개봉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영화중의 하나다.
과라니족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아르헨티나-파라과이-브라질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당시 열강인 스페인이 지배하고 있었다. 과라니족에게 가톨릭 계열의 신부들이 순교의 피를 흘린 결실로 이들을 교화시키게 되면서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다. 그런데 정치적인 협약 끝에 과라니족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이 스페인이 아닌 포루투갈의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당시 스페인은 노예제도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포루투갈은 아직 노예제도가 허용되었고, 과라니족을 잡아가 노예로 사고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식민지로 편입이 되자 과라니족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땅과 집에서 모두 쫓겨나거나, 포루투갈인들의 노예로 끌려가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라니족은 결국 그들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 전쟁을 하기로 결정하고 몇몇 수도자들도 그들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는 내용. 보여지는 대로 이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과 결말은 그리 유쾌하고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미션>은 어려움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력이 옳다면 사랑은 설 자리가 없소'라는 가브리엘 신부의 말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
<위대한 침묵>
장르: 다큐멘터리
런닝타임: 168 분
개봉:
감독: 필립 그로닝
첩첩산중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을, 촬영 허가까지 19년을 기다려 마침내 완성된 <위대한 침묵>은 수도사들의 묵언 수행을 묵묵히 스크린으로 옮겨낸 다큐멘터리다. 특히 168분이라는 경이로운 런닝타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도로 절제된 금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그린 <위대한 침묵>은 침묵을 통해 담담히 그들의 옆에서 수도사 이면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침묵을 지키며 신앙을 탐구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눈 덮인 산에서 미끄럼 놀이를 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수도사들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구구한 대사와 암시가 배제되어 있기에 오히려 보는이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영상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미사와 기도, 묵상으로 이어지는 수도사들의 엄격한 일상과 수도원의 안팎에서 정지된 듯 미세하지만 큰 움직임을 보이는 시간과 자연의 모습이 바로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성당 입구 성수의 미세한 떨림, 바람에 휘날리는 새하얀 눈발, 싱그러운 초록 풀잎 위에 듣는 빗방울 등 정지된 듯한 수도원 속에서 담담히 보여지는 시간의 변화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전한다.
- 기독교 영화 이야기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 드라마
런닝타임: 125 분
개봉:
감독: 멜 깁슨
출연: 제임스 카비젤(예수)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예수의 고난’이라는 제목처럼 제작에도 많은 고난을 겪었다고 한다. 반유대인적 내용과 잔혹한 묘사로 유태인들과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로 제작과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호기심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자 감독인 멜 깁슨의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 받게 된 작품이었다.
사탄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고 스승을 배신한 유다로 인해 체포된 예수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정치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빌라도는 유대인 관중들에게 심판을 맡기고, 그들은 범죄자 대신 예수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신화된 예수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이고 고통에 찬 그의 모습을 표현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12시간, 예수 고통 1000% 재현해 내며 고난과 희생의 과정을 잔인하리만큼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소명>
장르: 다큐멘터리
런닝타임: 72 분
개봉:
감독:
출연: 유열(내레이션),
전체인구가 100여 명 밖에 안 되는 전세계에서 가장 작은 부족 중 하나인 바나와 원시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전 세계적으로 단 한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아마존 바나와 부족과 선교사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종교를 초월하여 관객에게 충격과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 불교 영화 이야기 –
<쿤둔>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0 분
개봉:
감독: 마틴 스콜세지
1933년 13대 달라이 라마가 서거한 뒤 대를 이어 관세음보살의 현신이 될 14대 달라이 라마를 찾는 과정부터 그가 성장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평화의 상징이자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쿤둔>. 살아있는 부처라는 의미의 ‘쿤둔’은 달라이 라마 14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서거한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 유언에 따라 14대 달라이 라마를 찾아나선 섭정관들은 똑같이 생긴 여러 개의 물건을 보여주면서 13대 달라이 라마가 사용하던 물건을 찾기를 기다린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 라모 텐둡이 바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가 된다. 불과 5세에 세상을 구원하는 쿤둔의 자리에 즉위한 소년은 가장 치열한 역사의 격동에 놓여 결국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인도로 망명길에 오를 수 밖에 없는 굴곡진 인생을 살게 된다. 세계가 티벳을 외면한 상황에서 쿤둔은 평화를 향한 비폭력의 외로운 저항을 시작한다. 누구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지만 차차 조용히 비폭력 평화운동을 벌인 그에게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하고, 결국 1989년 노벨상 위원회는 평화상을 수여하기에 이른다. <쿤둔>은 달라이 라마의 독특한 환생 스토리와 선출 및 성장 과정을 종교적 환상을 가미했다. 서구에서 바라보는 티벳 불교의 신비함과 달라이 라마의 특별함이 그대로 녹여져있다. 그리고 굴곡진 삶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티벳인들과 티벳 불교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조용한 저항이 인상적이다.
<선라이즈 선셋>
장르: 다큐멘터리
런닝타임: 73분
개봉:
감독: 비탈리 만스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달라이 라마 14세 텐진 가쵸의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하루를 담담히 그려낸 <선라이즈 선셋>.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진다는 제목의 의미 외에도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시간의 변화와 흐름을 표현하며 하늘에 해가 떠있는 순간(현재)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영토를 뺏기고 세계를 방황하는 티베트 난민들의 희망이자 티베트 불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에 불법을 전파하는 종교 지도자, 그리고 비폭력 평화주의를 주장하는 평화의 상징이다. 달라이 라마 14세가 이와 같은 다양한 수식어를 갖게 되기까지 일화는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을 정도. 그런 그가 런닝머신을 뛰고 TV를 본다!? 너무나 대단해서 상상하기 어려운 그의 일상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히 그려낸 <선라이즈 선셋>은 그가 14번을 환생한 신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하게 한다. 그리고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일상적인의 대화에서 전해지는 달라이 라마의 따뜻한 삶의 메시지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템포 쉬어가는 마음의 여유를 선사한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웃음을 잃지 않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은 오늘은 사는 우리에게 강한 긍정의 에너지로 지친 삶에 활력을 전한다.
각 종교별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면 느낀 것은 예전의 영화들이 드라마성 짙은 스토리와 종교 특유의 신화적인 느낌을 강조했던 영화가 강세였던 반면 요즘에는 반복되는 일상의 삶에서 꾸밈없이 묻어나는 모습들을 다큐멘터리라는 하나의 형식에 담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태도와 방식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종교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종교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치유하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멋있게 꾸며진 이야기 보다는 실제로 경험하듯 느낄 수 있는 진실에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의 오늘이 어떠하든 관계없이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 하루를 모아 과거를 만들어 왔고,
오늘이라는 하루 하루를 지나 미래를 만나기 위해 쉴새 없이 살아간다.
바쁜 삶의 살아가는 하루 어떤 꿈과 목표를 가졌던 상관없이
평범한 것만 같은 당신의 오늘이 진정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는 영화를 통해
마음을 따스히 채워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