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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발톱도 깎아주는 남편 봤수?


BY 일필휴지 2010-05-12

 

“여보, 발톱 좀 깎아 줘.”

어제 저녁 아내의 ‘명령’에 저는 또 다시 복종하는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우선 신문지를 크게 펼치곤 침대서 누워있는 아내의 왼쪽 발부터 펴게 했지요.

그리곤 아내의 발에 눈을 크게 박곤 손톱깎이를

이용하여 길게 자란 발톱을 깎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신문지 주변으로 떨어지는 아내의 발톱은 그러자

저로 하여금 측은하다는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어떤 아픔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나이 오십을 갓 넘은 아낙인 아내가

제게 발톱을 깎아달라고 요청한 건 시력이 매우 안 좋은 때문입니다.

노안(老眼)이 심해진 까닭으로 조그만 물체는 당최 안 보인다니 어쩌겠습니까!


재작년에 제가 안경을 하나 맞춰주긴 했지만 안경도

급속히 더 늙어가는 아내의 시력은 따라잡질 못 하는가 싶더군요.

하여간 이번엔 아내의 오른쪽 발의 발톱까지 정성으로 다 깎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치사를 자랑하는 건 잊지 않았지요.

“세상에 마누라 발톱 깎아주는 남편이 어딨어? 있음 나와 보라고 그래!”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싶었던지 아내도 따라서 웃었습니다.

“맞아! 그러니까 내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지...”


아내와 한 이불을 덮은 지도 어언 30년이 다 돼 갑니다.

여전히 빈궁한 형편이긴 하지만 우린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하며 살고 있지요.


또한 두 아이도 잘 키워서 이젠 다들 제 몫을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같은 ‘업적’은 우리가 평소 어떤 신앙으로까지

알고 실천한 데 따른 결과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세상살이가 어렵고 지치는 과정의 연속일지언정

가족만큼은 언제나 변화 없는 믿음과 신뢰의 철옹성이라는 다짐 때문이었지요.

평소 독서를 즐기는 지라 책을 자주 보게 됩니다.


최근 행복가정재단의 김 모 이사장님이 쓰신 좋은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와 가정을 만드는 길은

우선 부부간의 갈등부터 치료하고 볼 일이라고 하더군요.


아울러 배우자와 정서적 공유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인

이른바 인티머시(intimacy)의 견지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또한 가정은 사랑의 주유소이기에 하루 일과에 지쳐

귀가한 남편에게 ‘사랑’이란 연료를 가득 채워서 이튿날

내 보내는 아내라야만이 비로소 현명한 아낙이라고도 강조하시더군요.


맞는 말씀이라 여겨져 금세 고개를 주억거렸음은 물론이었지요.

오늘도 저는 아침 일찍부터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아내는 대문까지 나와 손을 들어 배웅했습니다.

“황사가 심하다고 하니 사무실에서도 점심 식사 뒤엔 양치질하고 손도 잘 닦아!”


손을 들어 화답한 저로서는 아내가

분명 제 삶의 에너지에 다름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