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향 친구들과의 정례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고향인 천안에 갔다.
죽마고우들이 모이는 시간은 늘 그렇게 정오이다.
하지만 어젠 오전 9시도 안 되어 대전을 출발했다.
그건 일전 이장한 선친의 산소 관련서류에 나의 인감도장을 날인해야 하는 때문이었다.
연락을 취해 나온 산소 이장 전문 사장님의 부인에게
도장을 찍어주고 났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채 11시도 안 되었다.
하는 수 없어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근처의 피시(PC)방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에 1천 원이라기에 선불을 주고 앉았으나
화면은 게임으로만 도배가 되어 처음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이것 좀 인터넷 뉴스를 볼 수 있게 손 좀 봐 주세요.”
주인인지 알바를 하는 사람인지 하여간 나이깨나 든
남자가 냉큼 달려가 화면을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초기화면으로 바꿔주었다.
한데 바로 내 앞에 앉은 젊은 여자가 말썽이었다.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으되 여하튼 연신
“c8! X같이!”라는 욕이 아예 상투적이고 상습적으로
그렇게 그녀의 입을 통해 여과 없이 흘러나온 때문이다.
그처럼 하도 욕을 잘 하기에 대체 어찌 생겨먹었나 싶어
은근슬쩍 일어나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는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그러자 내 딸 나이만한 스물 네댓 살이나 먹은 처자로 보였다.
‘생김새는 그럭저럭 하다만 어찌 그리도 입은 변소(便所)란 말이더냐...!!
이담에 시집가서도 그럴 거니? ’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걸 가까스로 제어하며 어쨌든 한 시간을 얼추 채우고 일어섰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 처자의 욕지거리는 연방 터지는 활화산이었다.
인터넷문화가 착근되면서 숱한 유행어도 동시에 양산되었다.
‘된장녀’와 ‘개똥녀’ 그리고 ‘루저녀’에 이어
‘패륜녀’라는 따위의 유행어는 이같은 주장의 방증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욕을 할 수 있다.
나 또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혹은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때면 입에서 무시로 욕이 나오니 말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욕이라는 건 남이 듣기에도
안 좋은 ‘현상’이므로 때와 장소를 골라서 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즉 욕을 할 땐 하더라도 남들이 안 듣게 몰래 하여야한다는 것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내가 즐거워야 남도 덩달아 즐거운 법이다.
한데 즐거우면 입에서 절대로 욕이 나올 리 만무이다.
반대로 즐겁기는커녕 불쾌하여 나오는 욕은
내 입이 어쩜 변소가 되었다는 반증의 소산이다.
피시방을 나오면서 나는 그녀에게 이런 별명을 하나 붙여주었다.
‘너는 이제부터 ’피시방의 막욕녀‘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