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점심을 먹으려고 사무실을 나왔다가 희한한 광경과 조우하게 되었다.
웬 아가씨 하나가 얼굴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친친 감고는 머리엔 큰 모자까지 쓰는 그야말로 완전무장을 했다.
그리곤 누구와 통화를 하면서 지나치는데
이건 누가 봐도 방금 전 성형수술을 마친 여자였지 싶었다.
더욱이 그 곳은 성형수술이 빈번하기로 소문난 병(의)원이 밀집한 동네였다.
아니나 다를까 동행한 지인들도
“저 아가씨, 얼굴에 칼 댔군!”이라는 이구동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같은 모습을 보자 오래 전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하루는 주말이 되어 충북 청원의 소문난 약수터에 갔다.
초정약수를 가져간 물통에 담고 돌아오는데 저만치서 처녀 둘이 손을 들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살벌한 시기’가 아니었든지
여하튼 두 아가씨는 시내까지만 태워달라고 그처럼 손을 든 것이었다.
어차피 ‘나홀로 차량’이었으므로 잠시나마 말동무라고 할 요량으로 차를 세웠다.
이윽고 탑승한 두 아가씨를 백미러로 쓰윽 훔쳐보니
둘 사이가 친구라곤 했지만 생김새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농담을 던졌는데...
“아가씨들은 참 겁도 없네. 내가 누군 줄 알고 거침없이 손을 든 거야?
만약에 내가 나쁜 사람, 예컨대 인신매매범이라도
되었더라면 두 아가씨는 꼼짝없이 당하는 수도 있을 텐데 말야.”
그러자 잔뜩 호기심이 발동했던지 아가씨들이 물었다.
“호호~ 그래요? 그럼 우리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는지 한 번 말씀해 주실래요?”
“왼쪽 아가씨는 얼굴이 반반하니까 꽤 받겠지만
그 옆은 아무래도 시세가 떨어지겠는 걸...”
그러자 발끈한 아가씨는 씩씩거리며 얼굴이 금세 홍당무로 바뀌었다.
순간 ‘아차!’ 싶어 괜한 농담을 했구나 싶어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도 여전한 건 사람들, 특히나 여성들의
이른바 외모지상주의는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일 터이다.
외모지상주의는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새파이어가
2000년에 인종과 성별, 그리고 종교와 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고 알려진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 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 또는 그러한 사회 풍조를 말하는 게 외모지상주의다.
근데 이는 여성의 차원을 넘어 이젠 남성에게까지
전이된 어떤 사회적 병리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았지 싶다.
그러하기에 취업을 앞둔 남자들도 성형을 고려하는 즈음이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면 사랑하는
내 딸은 나에게 여전히 감사해야 하고 볼 일 아닐까?
왜냐면 아빨 닮아 여전히 고운 때문으로(!) 어디 하나
손 댈 데가 없는 그야말로 천연미인이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