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시력이 참 나빠져서 그예 백내장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어제 모 안과에 가서 오는 6월 1일에
수술을 받기로 예약을 하고 왔다는 얘길 어제 퇴근 후에 들었지요.
“알았어, 그날은 내가 결근하고라도 당신과 함께 병원에 갈게.”
그러자 아내는 불과 10여분이면 수술이 끝난다는데
뭣 하러 결근까지 하면서 자신을 부축해 주느냐며 짐짓 투정을 부렸습니다.
“이 사람아, 한 눈을 붕대로 감고 길을 걸어봐.
건강하고 멀쩡한 사람조차도 몇 발짝 못 가서
땅이 빙글빙글 도는 바람에 넘어지기 일쑤라고!”
“그런가...?!”
그 즈음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응, 나다. 고생이 많지?”
“아녜요. 늘 하는 일인데요... 그나저나 엄마의 수술날짜는요?”
“그러잖아도 연락을 할 참이었는데 잘 됐구나.
6월 1일 오후 2시에 수술하기로 했어.”
그러자 아들은 수술비가 얼마냐고 묻더니
그 돈을 제 통장으로 송금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짜한 고마움이 해일로 다가오더군요.
“고맙다!”
“당연한 건데 부자 간에 고맙기는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엄마 바꿔주랴?”
“네.”
지난 1월에 모 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한 아들은 신입사원입니다.
그러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생 신분이었지요.
그것도 가난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 박봉 필부의 아들로 말입니다.
하여 저는 작년 3월 초에는 지인에게서 얼추
300만 원에 육박하는 빚을 얻어 아들의 등록금을 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근데 평소의 벌이가 시원찮은 까닭으로 그 빚을 여태껏 변제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함에도 지인은 제 아들이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회사에
다닌다는 걸 아는 때문이지 독촉을 하지 않고 있어 천만다행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그 빚을 갚아야하는 건 당연지사이겠지요.
아무튼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집에 왔다가
제 양복을 한 벌이나 사주고 간 아들인데 이번엔 또
제 엄마의 수술비까지 내겠다는 정말이지 효심이 가득한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일전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제가 부럽다고 했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제 아들도 나이가 낼모레면 삼십이고 보니
아들처럼 착한 아가씨를 만나 늘 그렇게 정겨운 가정을 꾸렸음 하는 것입니다.
한데 꿈은 아니,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진다고 했다지요?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평소 착한 아들에겐 그에 맞게끔
이담에 맞을 제 며느리 역시도 아들에 버금가는 참한 규수가 나타나리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