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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도 개고기는 NO


BY 일필휴지 2010-06-01

 


며칠 전엔 유난히 그렇게 닭고기가 당겼다.

평소 육식보다는 채식을 주로 하는 터이다.


근데 그처럼 닭고기를 먹고팠던 건 아마도 내 몸이

적잖이 쇠잔한 때문의 방증이 아니었을까 싶다.

멍청이처럼 밥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는 어리석은 필부의 전형을 답습하다보니 그만...


하여간 튀김 닭, 그러니까 이른바 ‘프라이드 치킨’을 하나 주문해 먹기에 이르렀다.

한데 너무도 많은 닭 요리 전문 외식 회사들이 범람하는 터임에

어느 회사 브랜드의, 또한 종류도 많은 튀김 닭 중에서

무얼 시켜먹어야 할 지 약간은 대략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더니 꼭 그 짝이었다.

그럴 즈음에 마침 아들이 안부전화를 해 왔다.


“옳아! 우리 아들이 잘 알겠구나, 요즘 맛난 치킨 브랜드엔 뭐가 있니?”

아들이 알려준 그 브랜드의 회사 판매점을 114로 물어 한 마리를 주문했다.


가장 싼 닭이 1만 4천 원이라는데 조그만 콜라 한 병은 서비스라 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닭고기였음에 마치 게 눈 감추듯

그렇게 튀김 닭은 금세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지금이야 그처럼 닭요리도 무슨 아이스크림의

광고인 양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거 소싯적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수작’이었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이란 건 애당초

개념조차도 성립이 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었기에 말이다.


하여 고작 + 그리고 그나마 큰 맘 먹고서야 비로소

입에 댈 수 있었던 게 바로 통닭, 그러니까 털을 뜯고 내장만 뺀 채

토막조차 내지 아니하고 통째로 익힌 닭고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그 때도 지금처럼 닭을 잡아주는 상점은 있었는데

이를 간과한 채 아예 산 닭을 사다가 손수 피를 손에 묻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근데 그같은 행위의 속내엔 아마도 닭집 주인이 행여

오래된 닭, 소위 퇴계(영계의 반대)를 맛난 닭이라고 속인다든가

아님 근수(斤數)라도 속여서 팔 것을 우려한 때문의 조바심에서 기인한 건 아닐까 싶다.


닭을 이용한 요리엔 이밖에도 닭볶음탕과 춘천닭갈비 외

닭발과 닭똥집만을 전문으로 잘 하는 집도 있다.


오긴 하였으되 우두커니 비틀거리다가 금세

그 자리를 여름에게 내주고 달아난 놈이 바로 올 봄(春)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씨는 폭염이 지배하게 될 터이다.


그럼 사람들은 또 속칭 ‘보양식’이라는 미명(?) 하에

삼계탕 말고도 보신탕이라 하여 개고기를 찾아 나설 게 뻔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올 여름에도 여전히 개고기와는 담을 쌓을 것이다.

닭볶음탕과 삼계탕을 좋아하는 아들과 딸은 한여름이 되기 전에 집에 다녀간다고 했다.


그러면 둘 다 데리고 음식 특화거리인 오류동 내지는

닭요리의 메카인 산내에까지 갈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