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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부자다


BY 일필휴지 2010-06-07

 

어제는 속리산을 찾았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거기서 있는 때문이었다.


천안의 친구들은 대절한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한다고 했지만

대전 사는 우리는 친구의 승용차에 편승하여 속리산으로 직행했다.


속리산의 초입에 있는 정이품송은 얼추 반 정도가

쇠잔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마간산으로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사람이고 나무건 간에 건강하고 봐야 해!”

“당연하지.” 


법주사 입구의 관광호텔 근방에서 이윽고 도착한 동창생들을 만났다.

그중엔 건강이 참 안 좋아 수년간

동창회에 못 나왔던 친구도 보여 여간 반갑지 않았다.


“이젠 괜찮니?”

“응, 덕분에!”


“오늘이 젤 더운 날씨랴, 그러니 서둘러 산에 오르자고.”

친구들은 두 패로 양분되었다.


등산파(派)와 비등산파.

후자에 속한 나는 법주사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동행한 친구들의 사진을 연신 찍어주느라 나름 분주했다.


오전 10시를 넘기자 기온은 거드모리로 더욱 치솟았다.

커다란 나무그늘을 찾아 모락모락한 땀을 식히면서

어렵게 건강을 되찾은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소릴 해서 미안하다만 네가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해

중환자실에 있을 때 나는 네가 잘 못 되면 어쩌나 싶어 막 울었단다!”

“고마워! 고마운 우리 동창생 친구들 덕분에 이렇게 건강을 회복한 거 잘 알아!”


“여하튼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또한 고마운 줄 모르겠다.”

문장대까지의 등산을 마치고 하산한 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미 충분히 만취해 있었다.


차를 끌고 간 친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차를

대전으로 이동해 달라고 하곤 나와 함께 천안으로 되돌아가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우린 그 안에서도 가리산지리산으로 열심히 놀았다.

관광버스 안에서의 음주가무는 현행법 상 위법이었으나

우린 모처럼의 동행이었음에 그에 더하여 거탈수작까지도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겨우 건강을 되찾은 친구는 박수만 치면서

우리가 흥겹게 노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구경만 할 따름이었다.


그런 애처로운 모습을 보자 술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자유로이 놀 수 있는 건 ‘건강한 이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에 느낌의 닻이 정박했다.


어제 간 속리산은 예전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곳이다.

돈이 없었기에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만을 자고

식사 또한 값이 제일 싼 산채백반으로 때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긴 하더라도 우린 건강하였기에 든든하고

튼실한 두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었던 것이었다.


대전으로 되돌아오면서 친구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건강이 더 좋아져서 이담엔 예전처럼 술도 한 잔씩 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