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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나니 서민부부의 행복


BY 일필휴지 2010-06-08

 

내일은 아내가 또 눈 수술을 하는 날입니다.

지난주에 왼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한 아내죠.


내일 하게 되는 오른쪽 눈의 수술까지

잘 마치고 나면 아내는 다시금 잃었던 광명을 찾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예전의 무슨 간첩신고와 관련된 슬로건이 언뜻 떠오르네요.


‘자수하여 광명 찾자’는 문구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내의 경우는 ‘수술하여 광명 찾자’는 말이 딱 어울리지 싶군요.


아무튼 요즘 아내는 지난주 수술을 마친

왼쪽 눈엔 흡사 물안경(水鏡)같은 걸 끼고 삽니다.

수술 부위를 손으로 만져 감염이 되면

안 되는 까닭으로 안과(병원)에서 착용케 한 것이죠.


그래서 어젠 이런 농담까지 주고받았지 뭡니까.

“낼모레 이쪽 눈까지 수술하고 나면 당신은

양쪽 눈에 모두 이같은 물안경을 써야겠지? 그럼 ‘쌍라이트’가 되는 셈이네?”


“호호호~ 당신 말이 맞네.”

그 즈음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잠시 짬을 내서 오늘 집에 왔다 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아내는 손사래를 쳤지요.

가뜩이나 야근하느라 바쁠 터인데 뭣 하러 오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불도저 성격의 아들 고집은 황소도 못 이깁니다.

“일전 수술하신 눈도 볼 겸...”

오늘 점심 무렵에 그예 오겠다는 아들이었지요.


통화를 마친 아내는 금세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땅한 반찬도 없는데 뭘 해서 먹이나?”


우리 부부 둘이서만 살다보니, 더욱이 아내가 눈 수술을 한 뒤로

우리의 먹거리는 그야말로 매나니(반찬 없는 맨밥)에 다름 아닙니다.


이같은 곡절은 아내가 도통 장을 봐 오질 못 한 귀결이죠.

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 먹는 아들을 의식한

아내의 그같은 아들 사랑에 저는 한 마디만 얹고 더 이상은 함구했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간장에 대충 밥 비벼먹으면 돼.”

지난주의 아내 눈 수술비는 아들이 송금해준 돈으로 마쳤습니다.


그렇지만 내일 하는 수술비는 제가 이미 아내의 손에 쥐어주었지요.

그 바람에 아내는 “내 두 눈은 각각 아들과

당신이 고쳐줬네?!”라면서 감격한 바 있습니다.


일이 바빠 회사에서 연일 야근을 하자면 낮에는

분명 밤을 자 둬야만 아들도 덜 피곤할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누가 효자 아니랄까봐

집에 잠시나마라도 와서 제 엄마를 보고 가겠다는 참 고운 심성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부득불 허락을 하긴 했으되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아내의 수심은 적잖이 깊어보였습니다.


“우리 아들에게 반찬은 대체 뭘로 해 줘야 하나?”

그러자 문득 이런 느낌이 드는 걸 제어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신은 효자 아들을 둬서 피곤한 아낙이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