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님의 제사가 있어 어젯밤에 아산의 숙부님 댁에 갔다.
제사를 마친 시간은 으레 그러하듯 자정이 꼴깍 넘었다.
하여 잠을 자고 오늘 아침에 첫차로
돌아오고자 오전 6시경 숙부님 댁을 나왔다.
맑은 아침공기를 마시며 운동도 할 겸 하여
일부러 온양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발걸음이 온양온천 역을 지날 즈음
어디선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들렸다.
순간 6.2 지방선거는 이미 끝났거늘 그런
유세전 비슷한 인사는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느낌은
‘아! 천신만고 끝에 당선된 이의 뒤풀이 형식의 인사인가보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내 발걸음은 역을 지나
온양 그랜드호텔 쪽으로 좌회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잠시 전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녀는 하지만 6.2 지방선거와는 하등
상관 없는 모 종교의 얼추 광신도(狂信徒)적인 ‘전도사’였다.
“**을 믿으세요! 그래야 천당 갑니다!
지금 세상을 보시오!
자동차의 매연으로 인해 인간은 병이 들어 죽어가고 있으며...”
이미 어떤 행인 여자를 억지로 붙잡고 설교하던
그 여자는 행인이 달아나듯 내빼자
이번엔 신호등에 서 있는 나에게도 접근했다.
“선생님, ** 믿으십니까!”
두 눈에 살기마저 등등해 보였는지라 왈칵 겁이 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는 정말이지 대략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빌어먹을! 저놈의 신호등은 왜 이다지도 안 바뀌는 겨?!’
함구한 나에 반해 그 여자는 남을 전혀 의식치 아니했다.
그리곤 여전히 자신이 믿는 종교를 믿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큰일이 날듯 열변을 토하느라 바빴다.
‘애수의 소야곡’이라는 가요가 있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 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 빛을 보면’이라는.
여기서 말하는 애수(哀愁)는 사람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슬픈 시름이란 뜻이다.
이에 소야곡([小夜曲), 즉 세레나데(serenade)까지
합쳐졌으니 이는 곧 ‘서글픈 저녁 음악’이라는 뜻이 성립되는 셈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던 건 그녀의
너무나 ‘열정적인’ 자신의 종교 설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일찍부터의
애수의 소야곡은 격에도 맞지 않는 것 아닐까.
차라리 오바드(aubade), 즉 이른 아침에 어떤 사람의
집 밖에서 부르는 노래가 훨씬 나은 것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라는 그런.
종교도 좋고 전도도 좋지만 남들이 죄 비웃는
그러한 행위는 지양하였으면 하는 바람 가득했다.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종교인이 돼야 함은 불문가지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