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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안 죽을 거지유?


BY 일필휴지 2010-06-16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온천의 도시인 온양온천.

지명은 충남 아산시 온천동으로 바뀌었으되

토박이 사람들은 여전히 아산이라 하지 않고 온양이라 부른다.


오늘은 30여 년 전의 온양온천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토요일 오후만 되면 전국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던 곳이 바로 온양(온천)이었다.


당시 나는 온양의 모 호텔서 지배인으로 근무했는데

특히나 일요일이 되면 마치 전국서 결혼한 신혼부부는 다 온양으로 왔지 싶었다.

그 바람에 객실 부족의 현상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난리, 그 자체였다!


폭발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객실(호텔과 여관 등)의

공급은 그래서 조금만 늦게 도착하더라도 그 신혼부부는

그날 밤, 자신들이 잠을 잘 객실의 마련에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것이다.


“돈은 달라는 대로 드릴 테니 제발 방 하나만 구해 주세요!”

당연히 객실의 가격엔 프리미엄이 적잖이 붙었고

하여 그 옛날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어떤

탄광지대에 못지않은 곳이 바로 그 시절 온양이었다.


한데 이제 그러한 시절은 전설로 치부되는 아련한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렇긴 하더라도 온양은 언제 가도 그렇게

여전히 불변한 관광 휴양도시임엔 틀림이 없다.


조선의 임금님들도 감탄해마지 않았던 뜨거운 온천수의 온천욕이다.

이에 더하여 인근의 현충사와 민속박물관 관람, 그리고

풍경이 삼삼한 신정호수에서의 얼큰한 매운탕까지를 소주 한 잔과

넘기노라면 아무리 세상은 바뀌었다지만 진시황조차 부럽질 않은 것이다.


특히나 올해는 ‘대충청(대전, 충북, 충남) 방문의 해’인 터여서

충청권은 그 어딜 가더라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고품격의 서비스까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까지 넘쳐난다.


사설이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자.


그 시절 호텔서 지배인으로 근무했을 적의 실화 한토막이다.

하루는 손님이 비교적 뜸한 평일이었는데 첫눈에 보기에도

영화배우 못 지 않은 수려한 미모의 여자 한 분이 방을 달라고 했다.


“혼자 주무시게유?”

그러자 잠시 쭈뼛쭈뼛한 모양새를 보이던 그녀는 금세 정색을 했다.

“아니에요! 이따 남자 손님이 하나 올 거예요.”


“아, 네. 잘 알겠구먼유. 야~ 김 군아, 얼른 이 손님께 방 드리고 이 타올도 갖다드려라.”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그날의 일과를 마친 뒤 자정 무렵이 되어선

친구들과 술을 좀 마시고 잠 자리에 들었다. 

문제는 이튿날 터졌다!

통상 정오 즈음이면 이른바 체크아웃이라고 하여 방을 비우게 된다.

한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어제 투숙한 그 방의 여자 손님은 함흥차사였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먹구름으로 다가왔다.

“혹시?”

근데 ‘혹시’는 ‘역시’로 직결되고 귀결되는 어떤 불길함의 본령이었다.


마스터키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간 나는 어제 그녀가 투숙한 객실의 앞에서 노크를 했다.

하지만 안에선 아무런 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예측은 더욱 증폭되었고 이젠 아예 겁까지 더럭 났다.


그래서 1층 프론트 쪽을 행해 냅다 고함을 질렀다. 

“거기 누구 있냐? 니들 다 올라와! 빨랑!!”

김 군과 박 군이 단걸음에 뛰어올라왔다.


“네가 방 좀 열어 봐.”

이윽고 열린 방에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랬다!


그녀는 어젯밤에 이미 음독자살을 기도한 것이었다!

신고에 의해 달려온 경찰에 고인의 시신을 인도했고

경찰은 그녀의 소지품에서 연락처를 찾아 가족에게도 연락을 마쳤다.


그러한 충격을 경험한 우리 호텔의 사장님께선

“앞으로 혼자서 투숙하고자 하는 젊은 여자에겐

절대로 방을 주지 말라!”는 엄명을 하달하셨다.


그런 참극이 지난 지 한 달이나 지났을까.

그 날도 들어선 손님은 공교롭게도 혼자서 달랑 온 아리따운 모습의 처자였다.

“방 하나 주세요.”


나는 바짝 긴장했다.

“....... 방을 달라구유? 방이 지금은 없는 디유...”

그같이 더듬거리자 아가씨는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늘이 주말도 아니고, 또한 지금 시간은

겨우 초저녁인데 방이 하나도 없단 말예요?”

호텔을 자주 다녀본 여자이지 싶어 더 이상은 거짓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사실은 유... 얼마 전에 참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유,

그래서 여쭤보는데 죄송하지만 아가씨는 안 죽을 거지유?”

아가씨는 그러자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돌변했다.


“지금 농담 따 먹기 하는 거예요?

잠시 뒤면 손님이 한 분 또 올 거니까 어서 방 주세요!”

엉거주춤 방을 주긴 했지만 그녀가 투숙한 객실에

정말이지 또 다른 손님이 들어설 지는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녀가 투숙한 303호를 찾는 남자 손님이 호텔로 들어선 건 약 1시간 여 뒤였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