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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원짜리 삼겹살의 행복


BY 일필휴지 2010-06-16

 

결혼한 아내와 맨 처음 둥지를 튼 곳은 천안시 원성동이다. 당시 급여를 받는 날이면 우린 꼭 외식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근사하거나 푸짐한 외식은 못 하였다. 이는 당시에도 애면글면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단골로 갔던 식당은 천안역에서 천안극장으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어떤 재빼기 부근의 삼겹살 전문 식당이었다. 간판이 <살찌는 집>으로 기억되는데 아무튼 그 식당의 삼겹살은 맛도 맛이려니와 기본 상차림으로 내놓는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가 정말로 압권인 왜자한 집이었다! “어때! 맛있지?” 그러면 아내는 금세 고개를 주억거리며 맛난 음식을 먹는 행복의 미소를 짓곤 하였다. 아들을 임신하게 되자 아내의 삼겹살 식탐(食貪)은 더해졌다. 그렇다고 하여 본래 먹성이 시원찮은 아내가 누구처럼 삼겹살을 2인분 이상이나 돼지처럼 꾸역꾸역 그렇게 먹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여간 그렇게 맛나게 먹었던 삼겹살의 추억은 지금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어떤 노스탤지어다. 일전 사이버대학 동기생과 가서 먹은 <심청아 배고파> 체인점 식당은 삼겹살 1인분이 고작 2100 원의, 매우 착한 가격을 준수하는 집이다. 100% 국산 돼지임을 거듭 강조하는 이 집은 파절이와 마늘 등 삼겹살의 기본옵션을 손님들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게끔 셀프 서비스 식으로 제공하고 있어 더욱 정이 가는 집이었다. 하여 내 마음상자에 ‘꼭 또 오리라!’는 다짐의 열쇠를 채운 바 있었는데 어제 그예 기회가 왔다. 눈의 수술 뒤 두문불출하며 요양 중인 아내가 눈에 밟힌 때문이었다. “당신 삼겹살 사 줄까?” 아내는 그러나 가격이 비쌀까봐서 망설이는 ‘짠순이 마누라’의 기조를 견지했다. “걱정 말아! 1인분에 겨우 2천 백 원이니까!” “그럼 사 줘.” 반가운 마음에 어제의 퇴근길은 평소완 사뭇 달리 발걸음에 미사일를 단 듯 하였다. 귀가하자마자 고삭부리 아내의 손을 잡고 대로로 나와 택시를 탔다. Y동 네거리에 위치한 ‘심청아 배고파’ 식당은 초저녁이었는지라 손님도 뜸하여 동가홍상이었다. “2인분만 주세요.” 하나 종업원은 기본이 3인분이라 했다. “그럼 그렇게 주세요.” 오랜만에 맛보는 대패삼겹살이었는지라 아내는 진둥한둥 먹느라 바빴다. “안 사 줬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네!” 소주에 삼겹살 볶음밥까지 먹느라 배가 풍선처럼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값은 고작 1만 4천원을 넘지 않았다. (이러고 보니 내가 마치 ‘심청아 배고파’ 식당의 영업사원 같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돌아오는 길은 아내의 운동차원에서 일부러 걸었다. 아내는 신혼시절 찾았던 천안의 삼겹살 집 얘기를 하여 내 맘을 금세 장마철에 흥건히 맞은 작달비처럼 그렇게 아련한 그리움을 선사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