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대학을 마치는 대로 시작해 보고 싶었던 게 바로 소설의 집필이었다.
이는 수필가로 정식 등단이 확정된 지난 달 이전부터
꾸준히 견지해 온 나만의 어떤 의지였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지도 어느새
넉 달이 다 되어감에도 마음과는 달리 쉬 시도할 수 없는 장르가 바로 소설이었다.
우선 걸리는 현실적 문제는 만날 당면하게 되는 생업이 가장 큰 암초였다.
거기에 정신을 뺏기면 집필은 언감생심이었다.
소설은 수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러나 모든 건 시작이 반이었다.
그래서 어제부터 시작했다.
미루면 또 못 한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한데 무슨 근거로써 어찌 쓴다?
잠시 생각에 잠기니 이야기 전개의 끈은 쉬 도출되었다.
그래,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의 얘길 써 보자.
왕비가 된 심청으로 말미암아 호의호식하다가 죽었을 거란
막역한 추측만이 난무한 게 바로 심청의 아버지 학규의 진부한 스토리 아니던가...
나는 이를 역발상으로 써 보는 거야.
분량은 처음으로 써보는 소설이고 보니
단편으로 하여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으로 쓰자.
그렇게 시작한 발걸음은 어제야 비로소 뗐다.
근데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펜, 아니 컴퓨터 자판은 생각 외로
얼추 능수능란의 속도를 자랑하면서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가히 막힘이 없는 고속도로여서 나 스스로도 솔직히 놀랐다!
또한 소설이 재밌는 것은 작자인 내가 등장인물을 맘대로
설정할 수 있으며 또한 무시로 죽이고 살리며
아울러 선인과 악인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한 내 생에 최초의 소설 집필은
지금 시간인 새벽 4시 40분 현재까지 200자 원고지 30매 분량이 되었다.
당초의 목표가 80매였으니까 아마도
3~4일 중으론 탈고(脫稿)에 도착하리라 예견된다.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소설의 영역이지만
오늘은 또 어떤 등장인물을 넣고 뺌으로서
글을 읽는 맛을 배가시킬까 싶은 상상에 그만
새벽에 깬 잠이되 그러나 오늘의 잠은 벌써 달아난 지 오래다.
오늘은 심학규의 또 어떤 부분을
돌출시켜 효녀 심청과의 차별화를 도모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