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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구여, 북한의 참패까지 씻어다오!


BY 일필휴지 2010-06-22

 

당초의 예정대로였더라면 이번 주부터 장마는 시작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빗나갔거나 아님

장마전선이 동남아의 어디선가 휴식을 취하는 모양이다.


그러하기에 어제도 찜통더위는 여전했다.

하여 밤에도 얼추 열대야 현상의 목전에까지 갔는데

그 바람에 어제는 더위를 당최 참을 수 없어 안방을 뛰쳐나와 마루서 잤다.


물론 그 전에 북한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는 ‘당연히’ 시청했지만.

같은 민족인지라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그래서 경기를 보는 내내 북한이 꼭 이겨주길,

그게 버거우면 최소한 비기기라도 했음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실력의 차이를 극복치 못 하고 자그마치 0대 7로 참패하고 말았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었는데 아무튼

같은 민족이란 정서의 서열로 볼 때 ‘동생’인 북한이 졌으니

이제 남은 건 ‘형’인 우리 대표 팀이 대 나이지리아 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일이다.


예컨대 한 집에 사는 형제 중 동생이 밖에 나가

매를 ‘맞고 왔는데’ 이를 방관하거나 모르는 체 하는 건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에도 맞지 않는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축구가 나이지리아를 만나 격돌할 때는

시기가 마침 ’장마철‘이니만치 전. 후반 경기가 모두

끝나는 순간까지 작달비의 치열함으로 매진해 주길 희망한다.


장마 얘기가 나온 김에 ’장마는 곧 비‘라는 등식의 대입 선상에서

비(雨)와 연관된 우리말을 잠시 고찰해 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겠다.


’소나기‘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다.

고로 이번 월드컵에서의 필승 각오엔 부합되지 않는다.


’여우비‘는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인지라 진짜 여우같은 녀석이다.

’도둑비‘는 말 그대로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이며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는 ’꿀비‘다.


’마른비‘는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인지라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이다.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는 ’먼지잼‘인데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공사장 등지에선 그나마 환영해 줄 만 하지 싶다.


이에 반해 ’작달비‘는 굵고 아주 세차게 퍼붓는 비를 말한다.

작달비와 비슥한 표현으로 ’장대비‘가 있는데 이 역시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각설하고 나이지리아와의 일전을 앞둔 지금 우리 축구 대표팀에게

다시 한 번 작달비와도 같은 용맹과 저돌(豬突)로써 반드시 이겨주길 희망한다.


그리 한다면 비록 참패를 하여 남아공에서 짐을 꾸리는

북한 축구팀일지라도 응당 “참 잘 했다!!”는 칭찬과 박수까지 크게 답지(遝至)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