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늙지 마라’ -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도 미안한데 피곤한 젊은이의 자리까지 빼앗아 미안하다
"너도 늙어봐라" 이건 악담이다
아니다 나만 늙고 말 테니 너는 늙지 마라
늙으면 서러운 게 한두 가지 아니다 너는 늙지 마라 ->
이상은 매일 아침 싱그러운 새벽 이슬까지를 머금은
좋은 글을 저의 이메일을 통해 알려주는 모 문학 사이트에서
오늘 보내준 이생진 님의 '너는 늙지 마라' 라는 글입니다.
어제는 퇴근하여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건 지금껏 약 8년 여 살고 있는 집의 바로 아래를
집 주인이 세를 주는 과정에서 기인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들어온다며 세입자로부터 계약금까지 받는
집 주인을 탓한다는 건 사실 탓할 건 못 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엿도 엿장수 맘대로 팔 듯 비어있는 내 집을
내 맘대로 세를 준다는 건데 어찌 따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8년 동안을 살면서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내 집이다 생각하며 고치고 다듬으며 살아온 ‘세월’입니다.
그러므로 집 주인이 조금의 배려심만 있었더라도 제게 이러저러한 사람이
세를 들어올 건데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춰
살아보라는 얘기쯤은 하고난 뒤에 세를 줘도 늦진 않았을 것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계약금을 받은 연후에 집 주인이 이런 얘긴 하더군요.
“보다시피 도배도 않고 허름한 집이긴 하되
내일부터 온다는 이는 자신이 기거하는 게 아니래.
사업이 잘 되어 없어서 못 판다는데 하여간 도라지를 까는
아줌마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킬 모양이야. 그러니 그리 알고...”
‘닥본사’(닥치고 본방송 사수) 모양으로 집 주인인
내가 그리 결정하였으니 군말 말고 따르라는 뭐 그런 요지 말입니다.
“집 주인이 이미 결정하신 걸 어찌 제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말은 그리 했지만 대체 앞으로 하루에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할 것이며, 아울러 그간엔 흡사 빈 절간처럼 조용했던 집안이
얼마나 시끌벅적할까 싶어 더럭 조바심까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집안엔 만성 고삭부리 환자가 있어 늘 조용히 요양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여간 집 주인이 자신의 빈 집을 세 준 것이니만치
향후 상황을 봐서 이건 아니다 싶으면 이사까지도 고려할 요량입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오늘 아침에 접한 글귀
‘너는 늙지 마라’는 제 마음에 다시금 무거운 돌을 얹는 역할로 작용하게 되네요.
그래서 말인데 아들과 딸에게 이를 빙자하여 이런 얘길 하고자 합니다.
얘들아, 니들은 늙지 마라.
생로병사야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 경제적으로만큼이라도 늙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니들이 자랄 동안 무려 열 몇 번이나 가벼운 돈에 맞춰
이살 할 수밖에 없었던 이 아비의 지난 풍상을 니들은 겪지 말거라.
결코!
돈 없이 늙는다는 것처럼 새삼 비통하고 슬픈 건 다시 없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