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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인연은 평생 인연?


BY 일필휴지 2010-06-30

 

평소 한 번 맺은 인연은 죽을 때까지 이어간다는 기조의 신념 소유자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를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철저히 준수한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따라서 상황과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당연한 수순으로써 기복이 심한 변심變心의 과정까지를 점철하는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체는 한 때 의형제를 맺었던

이와 의절하고 이제는 소가 닭 보듯 하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하여간 지금도 인연을 맺고 있는 <월간 전원생활> 7월호가 오늘 도착했다.


‘전원생활’과 인연을 맺은 연유는 적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

거래 은행 역시도 초지일관初志一貫의 관념에 입각하여 예전부터 농협만을 애용해 왔다.


내 차례를 기다리다가 무료하면 습관처럼 객장에 비치된 책(들)을 골라들었다.

그러다가 자꾸만 마주치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시나브로 사랑까지 하게 된 게 바로 ‘전원생활’이다.


한데 사랑보다 정이 더 무섭다더니 꼭 그랬다.

그 정情은 더욱 깊어져 작년엔 급기야 ‘전원생활’의

모니터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로까지 발전했지 뭔가!


모니터의 특권으로써 ‘전원생활’은 매달

말일 경이면 어김없이 우편으로 집에 공짜로 도착했다.

두툼한 ‘전원생활’은 지금도 그렇지만 흡사

화수분을 접하는 듯한 그런 만끽의 즐거움이다.


그렇게 ‘전원생활’ 책을 접하면 거개의 독자들처럼

앞에서부터 읽는 게 아니라 거꾸로 뒤로부터 보는 습관이다.

우선 기자들의 <편집 후기>를 대하면 전원생활 기자들의

취재과정에 있어서의 어떤 희로애락이 갓 바른 물감인 양 금세 묻어난다.


이어 삼척동자도 다 아는 <퀴즈 대잔치 퍼즐퀴즈>는

냉큼 애독자 엽서를 뜯어내 거기에 정답부터 적고 볼 일이다.


책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새로 나온 책>에선 욕심나는 신간에 눈독을 들인다.

<독자의 글 마당>를 지나 이번엔 <살아있는 생태 이야기>에서

우리의 소중한 자연에 대하여 새삼 눈을 크게 뜬다.


<살림의 지혜>에 수록된 ‘식초 레시피’를 보자니 요즘

거기에 우유를 타 마신다는 딸내미가 떠올라 금세 미소가 보름달로 걸렸다.


언제나 여행으로의 부하負荷를 제공하는 <그곳에 가면>에 실린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화왕산 등의 기사와 사진은 오는

여름휴가 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리로 오라는 암묵적 강압까지 느껴졌다.


‘전원생활’의 내 모니터 역할은 작년 말로 소멸되었다.

그렇지만 ‘전원생활’의 편집팀에선 임기를 마친 모니터에게조차 허투루 대접하지 않았다.


밥과 술까지 사 주는 융숭함에 더하여 지금도 매달 보내주는

<월간 전원생활>을 받자면 사랑보다는 정이 더 무섭다는 사실까지를 간과하기 어렵다.


끝으로 사족蛇足의 부언附言일지는 몰라도

여하간 회자정리會者定離는 만고불변의 이치이다.


그런데 ‘전원생활’처럼 한 번 인연은 평생 인연이란 전제의 끈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음을 보자면 문득 이런 느낌 또한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그건 바로 ‘정리유정’定離有情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