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전 제 휴대전화가 부르르~ 진저리를 쳤습니다.
입력된 전화번호였는지라 그 전화는
외숙모님이 거신 전화라는 걸 금세 파악하게 되었지요.
“외숙모님, 안녕하세요?”
“조카사위, 어떻게 내가 한 전화란 걸 알았어?”
대저 전화도 마찬가지인데 그건 바로 나 자신을
상대방이 금방 알아준다는 사실처럼 기분 좋은 건 없다는 사실입니다.
‘안 봐도 비디오’로 퍽이나 반가워하시는 외숙모님께 저는 어깨를 으쓱하여 답했지요.
“그야 상식이고 센스죠~ ^^”
외숙모님께선 그러자 “얘길 듣자니 조만간 작가로 등단한다며?
그래서 꽃다발이라도 선물할까 하고...”이러시는 겁니다.
순간 어찌나 고맙고 가슴까지 뿌듯하던지요!
“아이구,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요?”
“그럼~ 하여간 내 나중에 만나면 밥 한 끼 사겠네.”
“정말 고맙습니다!!”
모 문학회에서 주최한 신인작가 공모전에서
수필 부문으로 응모하여 지난달에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오는 7월 24일에 서울에 가서 등단식을 마치고 나면
저에게도 ‘수필가’라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가 붙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등단은 의도적으로 미뤄왔습니다.
그건 저 자신이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처지라는
자격지심이 그처럼 등단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죠.
한데 이번엔 또 기회가 되고 보니 더 이상
나이를 먹기 전에 등단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입장 선회가 되었습니다.
일전 처갓집을 갔을 적 일입니다.
장모님께 아내가 제 자랑을 하더군요.
“엄마, 00 아빠가 곧 등단할 거래.”
“등단이 뭐여?”
칠순의 고령이신 데다가 전형적인 시골노인이신지라
그처럼 개념에 있어서도 ‘까막눈’인 장모님을 모르는 바 아니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서둘러 봉합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별 건 아니고요... 다만 글을 좀 잘 썼다고 상을 준다는 뭐 그런 거예요.”
이에 반해 외숙모님은 재작년에 환갑을 지나셨지만 지금도
젊은 여성 못지 않은 너른 마인드로써 늘 격려까지도 아끼지 않는 분이십니다.
거듭되는 실패와 끝이 안 보이는 절망감으로
말미암아 심지어는 죽고만 싶던 적이 실재합니다.
그 때도 외숙모님께선 용기를 부여하는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자네가 겪는 이 고생은 그러나 잠시잠깐이야.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 그러면 반드시 좋은 날은 올 거야.”
당신보다 10여 년이나 연하인 조카사위인 저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여전히 멈추지 않으시는 외숙모님이 오늘 따라 새삼스레 더욱 고마웠습니다.
그처럼 고운 마음씨를 지니고 계신 처 외숙모님께는
등단식을 마치고 나면 제 등단 작품이 실린 책의
선물과 함께 외려 푸짐한 저녁도 제가 한 끼 사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