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23

인사하면 좀 받으세요!


BY 일필휴지 2010-07-08

 

아침 첫차로 출근하는 습관은 꽤나 오래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그래왔으니 얼추

20년도 더 되는 장구한 ‘세월’을 자랑하는 셈이다.


한데 이같이 새벽이슬을 맞으며 집을 나서

시내버스 첫차에 오르면 모든 게 ‘이익덩어리’다.

우선 복합터미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탑승한 106번 시내버스는

나의 하차지인 대전광역시청 앞 정류장에 고작 10여 분이면 내려준다.


그야말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의 애마

적토마도 울고 갈 정도로 그렇게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고속열차도 아닌 터에 시내버스가 이토록 빠른 건 다 이유가 있음이다.


복합터미널 정류장을 떠난 버스는 한적한 차로에 더하여 직선코스인

홍도육교와 중촌네거리를 지나 용문교를 건너면 이내 남선공원 쪽으로 접어든다.


이어 청솔과 크로바 아파트를 지나면 곧바로 나를 목적지에 내려주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이는 그야말로 ‘논스톱 쾌속질주’라 하겠다.


오늘도 이같은 출근의 패러다임엔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아울러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님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기사님도 덩달아 인사를 하셨다.

탑승했을 적엔 앉을 자리가 없어 섰으나 버스가

용전네거리를 지나 홍도육교에 정차하자 마침 자리가 났다.


그것도 전망이 썩 좋은 맨 앞으로!

한데 거기에 앉아서 가노라니 정류장마다에서 승차하는

승객들의 어떤 천태만상(千態萬象)을 다시금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기사님이 “어서 오세요~”라고 친절히 인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에 맞인사를 하는 승객은 참 드물었다.

가뭄에 콩 나듯 맞인사를 하는 이도 있긴 했으나 그 수는 너무 적어 유감이었다.


또한 어떤 승객은 아침부터 마치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온 양 얼굴엔 심술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도 없지 않았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내가, 혹은 남이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못 들은 척 치지도외(置之度外)한다는 것처럼 불쾌한 건 다시없음이다.


이는 때론 요즘처럼 더워 짜증이 무시로 나는 즈음엔 혹여

드잡이의 빌미까지를 초래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하루의 시작은 아침인 터임에

이같은 감흥의 무게는 분명 더할 수밖엔 없는 노릇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도 어른을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아주(!) 귀여운 녀석이 있다.


근데 이는 전적으로 그 아이의 부모가 평소에

그리하라고 가정교육을 시킨 때문의 귀결임은 당연지사일 터이다.

여하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인사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게 싫다면 기사님이든 누구든 간에 인사하면 좀 받아라. 제발!

인사해서 뺨 안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