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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4월의 제천 여행기 - 3


BY 타비 2010-07-14


 
제천 의림지, 호수의 파문.
 

 
폭포수 소리가 강렬한 파문을 몰고 온다. 의림지의 백미다.


 
의림지는 제천역에서 한눈팔지 않고 그대로 직선길을 쭉 올라만 가면 나온다. 1시간 가량 걸으면 닿는 곳. 딱히 푯말 같은 것이 크게 걸려 있지 않아 왼편에 있는 의림지를 보면서도 '어 그냥 호수네'하고 무덤덤하게 지나칠 뻔 했다.


 
잔잔하게 부서지는 호숫가의 파문. 물에 닿을 듯 고개숙인 나뭇잎 줄기가 그림자를 수면에 드리운다. 바다에서 난 소년에게 그것은 바다와 또다른 감동이었다.


 호수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였더라. 바다가 거친 야망을 보여준다면 호수는 잔잔한 감수성을 선사한다. 여기가 제천의 제1경, 의림지.

 

 금요일 오후의 의림지는 한적하다. 언젠가 시를 읊으러 찾아오면 좋을 것 같다. 마우병에 커피 가득 담아서.

 

 
파란 호수 위로 비치는 파란 하늘.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진대도 이 곳은 그 나름 괜찮지 싶다. 아래와 위의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청둥오리들이 노는 작은 세계. 서울 사는 사람으로서, 서울과 조금만 거리가 가깝다면 하고 욕심을 내어봤다.

 

 시간대에 맞춰 흘러내리는 작은 인공 폭포.

 

 
시간은 어느덧 석양 때가 가까워져 왔다. 내가 노리던 시간대다. 붉은 노을이 희석되어 에메랄드 물빛과 섞여들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보석이 빛으로 부서져간다.


 
누군가 함께 다시 찾아왔으면 하고 생각했다. 내게 당신이라 부를 누군가가 생긴다면 말이지.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탔다. 바로 아래 정류소로 내려오는 버스. "제천역 가요?"하고 묻고서 그냥 잡아탔다. 15분 거리다. 도보로 1시간, 버스로 15분.
 
다시 오게 되면 그 땐 버스로 찾아가겠지. 또 걸어서 올라갈 용기가 없다. 하긴, 걸었던 덕분에 솔방죽을 건졌지만.

모르지. 아주 여유로운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땐 다시 걸어갈지도 모른다.
 
저녁 6시 6분발 청량리 행 열차 표를 끊고, 제천역 플랫폼에서 이별을 준비한다. 붉어져 오는 제천 하늘.
그렇게 난생 처음 찾은 제천에서의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