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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예술… 품격 있는 축제가 부른다


BY 봉현 2010-11-06

[위크엔드] 삼청로 문화축제 11월 14일까지
13개 화랑 특별展 열어 궁중무 등 전통무용 공연 전통목공예 체험행사도
뒷골목 계단 올라서 보는 한옥 지붕 전망도 운치

경복궁에서 시작해 삼청터널까지 이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에 가을이 찾아왔다. 길게 늘어선 가로수에 노란 은행물이 들었고, 거리 곳곳에 아담하게 자리한 카페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날씨에 어울리는 커피향이 따뜻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알려진 삼청로에서 오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2010 삼청로 문화축제'가 열린다. 사람·산·물이 맑다고 해서 '삼청(三淸)'이라 이름 붙여진 삼청로는 고즈넉한 한옥 사이사이에 현대 갤러리들이 들어서면서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13개 화랑에서 특별 전시회 열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풍문여고를 거쳐 10분 정도 걸어가면 경복궁사거리, 삼청동길 초입이다. 삼청동사무소에서 '삼청로 문화축제' 가이드북을 받아들고 삼청동길 주말 나들이를 떠나보자.

28일 오후 삼청동길 전경(全景)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갤러리 도올’.‘ 삼청로 문화축제’를 맞아 특별 전시회가 열린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삼청동에는 고가(古家)를 배경으로 흐드러진 은행나무길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여기에 이국색이 느껴지는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가 줄지어 서있고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세계장신구박물관, 부엉이미술공예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등 특색 있는 사립 박물관까지 위치하고 있어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삼청로 문화축제'는 갤러리가 밀집한 삼청동을 미술의 거리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5년 시작한 행사로 올해 6회째를 맞아 한벽원갤러리, 갤러리 베아르떼, 이화익갤러리, 삼청갤러리 등 삼청동 일대 13개 화랑에서 특별 기획전을 마련했다. 창문 너머로 주변 한옥 지붕의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갤러리 도올에서는 다음 달 3~14일 '이성계 목가구 초대전(展)'을 열고, 학고재는 다음 달 10일부터 '장환 전(展)'을, 24일부터 '윤향란 전(展)'을 연말까지 연다. 사비나미술관에서는 다음 달 3일부터 12월 3일까지 한국 산수화의 정서를 담은 '박병춘-산수컬렉션전(展)'이 마련된다.

이색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북촌한옥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북악산과 경복궁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북촌동양문화박물관에서는 민화 부채, 민화 티셔츠 등을 만들어보는 전통 목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 '아카데미 선그림'은 오는 30~31일 명상을 하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명상미술 체험행사'(5000원)를 마련했다.

지난 2000년 삼청동에 자리를 잡은 신동은 갤러리 도올 대표는 "삼청동을 걷다 보면 심신이 맑아지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며 "이번 문화축제에는 미술관, 화랑 등의 볼거리와 음악회, 먹을거리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삼청동을 찾는 시민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로 문화축제 개막일인 30일 오후 3시 삼청공원에서는 전통 무용과 궁중무,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삼청동부녀회가 준비한 먹거리 장터도 열린다.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삼청동사무소 2층 강당에서는 '21세기 삼청문화 발전의 새 지평'을 주제로 일반 시민과 학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삼청포럼도 열린다. 오는 31일 오후 2시 삼청감리교회 앞마당에서 '아름다운 거리, 행복한 가족'을 주제로 시인 김용택,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 피스티스 아버지중창단 등이 참여하는 가을 음악회가 열린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걷기 매력

삼청동의 매력 포인트는 단연 뒷골목과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이다. 이곳에서는 건물을 새로 짓거나 개조하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이 많다.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폭의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는 한옥 지붕들의 전망이 일품이다.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 있어 맛집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인근에 청와대와 총리공관이 있다 보니 정치인들이 자주 찾아 유명해진 눈나무집, 삼청동 수제비 등 이름난 전통 식당이 많고, 최근 생긴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은 원목 분위기로 디자인돼 은행 가로수길과 잘 어울린다. 액세서리나 의류 매장들은 한창 세일 간판을 걸어놓았다. 옛 가옥을 개조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삼청동 의류 매장에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독특한 제품들이 많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삼청문화진흥원 이강원 원장은 "삼청동은 박물관과 갤러리, 음식점과 카페, 공방과 의상실 등이 어우러져 바쁘게만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문화축제에 들어가는 삼청동길 /이진한기자

입력 : 201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