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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온정이 넘치는 주차장


BY 봉현 2010-12-08

배려와 온정이 넘치는 주차장

저는 딱히 정해진 주차장이 없는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이 빌라의 주민들은
주변 공터에 적당히 차를 세워 두지요.

"실례합니다. 2345 차주 되시죠.
아,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만, 제 차가
나가야 되는데 차 좀 빼주시겠어요."
이렇게 정중한 부탁을 하거나 받으면
금세 웃는 얼굴로 차를 이동시켜 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에는 웬일인지

"1234!!!! 차 빼라고!!!!"

라는 고함소리와 경적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았습니다.
갑자기 산통이 시작된 임산부가
병원에 가야하는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더군요.

주차된 한 자동차가
길을 약간 막고 있어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옆으로 튀어나온 50cm정도의
차 뒤꽁무니가 문제였습니다.
입구를 막고 있어서 다른 차들도 움직일 수 없겠더군요.

주변사람들이 재빨리 119를 불렀지만
다급해하던 산모의 남편은 참지 못하고
길을 막은 차의 창문을 부수려 들었습니다.
남편을 뜯어말린 저와 다른 남자들은
힘을 모아 차를 들어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영차! 영차!'

시도를 하면서도 반신반의 했는데
8명의 장정이 뒷범퍼를 들고 옆으로 밀자
차가 움직였습니다.
산모의 남편은 안도감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신음처럼 연발한 후
산모와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얼마 전
생소한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상대방이 대뜸 0000번의 차주냐고 묻더군요.
차를 빼달라는 말인가 싶었는데
제가 차의 라이트를 켜둔 체 방치하고 있으니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끄는 것이 좋겠다는 전화였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나가보니
산모의 남편이셨던 분이 아내, 아기와 함께
외출을 하려다 제 차의 상태를 보고 연락을
했다며 멋쩍게 웃고 계셨습니다.

저희 빌라 주차장은
이렇게 배려와 온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 김정호 (새벽편지 가족) -



주차 문제로 칼부림도 벌어지는 세상에,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 내가 먼저 가기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한 경적을 울립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