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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에게


BY 녹천역영숙이 2011-04-30

2남1녀중 막내로 자란 난 아버지에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오빠들과 싸울때면 날 항상 감싸시곤 오빠들을 나물했다.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였던 어린여자아이에겐 단지어버지란 사람은 너무 무서운 존재일 뿐이였다.그래서 난 항상 눈치만 살피며 숨곤했다. 그런 어버지가 힘겨움을 술로 달래가며 하루하루를 사실때 어린 나에겐 그저 술만 드시던 아버지가 싫을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날 만취한 상태에 아버진 어린 우리들을 않쳐놓고 형제간에 의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형제가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지말아야한다 서로 힘이 되어가면서 살아야 한다며 그당시 어린 나에겐 도무지 이해할수조차 없는 말들을하셨다. 아버지맘속 한켠에 무엇인가 응어리가 져서 쏟아낸 말들을 어찌 이해할수 있었겠는가...

다만 어린 우리들에겐 그시간이 빨리 끝나길 절인다리를 두들겨 가며 졸린 눈을 비벼가며 흘려들었을 뿐 아버지에 맘조차 헤아려 들지 않았다. 알고보니 그 시기에 아버지 동생,나에겐 삼촌이신 두분이 사고로 돌아가셨던 것이다. 형제를 잃은 그 아픔을 아무것도 해주지못한 아쉬움을 어금니 꽉 깨물어 당신의 입안에 피가나 밥맛이 쓴맛이 나는지도 모르고 눈물한방울 보이지 않으려하신 그런 어버지를 기억한다.

돈을 벌기위해 며칠씩멀리 나가 돌아오시지 않을땐 그저 술드신 어버지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서 좋았던 적도있다. 그러다 돌아오시면 까매진 아버지에 얼굴이 낮설고 싫었다.가난이 뭔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어린시절 어버진 나에게 만원짜리 한장을 두손에 꼭 쥐어주곤 과자 사먹으라고 할땐 난 무엇보다 행복했다. 그돈은 한여름날 태양이 내리쬐는 바람한점 없는 사막같은 흙더미속에 자신의 몸무게와 같은 무거운 돌덩이를 짊어지고 수백번을 왔다갔다하며 그야말로 피땀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 험한일을 하시며 번돈이였다.하루종일 뜨거운 태양볕에 땀이 가시기도전에 자식들을위해 뼈가부서져라 자신을 혹사하면서 쉬지않고 일하신 아버지. 그까만 얼굴이 고생에 흔적이란걸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학창시절 난 왜 희생하며 내꿈 다버리고 살아야하는걸까 부모님을 원망하며 이렇게 태어난 날 원망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나서야 깨닫았습니다. 결혼전날 술을 드시곤 공원 벤치에 않아 내손을 꼭 잡고 눈물을 머금고 흐느끼시는 모습을 사랑한다는 말조차 표현하지 않았던 무뚝뚝함도 그때는 그어떤 말로도 표현할수 없을 무언가가 전해졌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간에 끈끈한 정이란걸까...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굴만 봐도 알수있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보면 부모에 심정을 잘알꺼라고 옛 어른분들이 늘하던 말씀을 기억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내식구 내가족 챙기기에 여념이없는 어느새 부모란 존재에 까막게 잊어버리고 나살기 바쁜데 부모님은 기다려주겠지.. 조금만더...

내가성공해서 꼭 호강시켜준다는... 그런데도 항상 부모란 자식에게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주고싶은가보다.호강은 커녕 너희들만 잘살면 된다는 더 바랄게 없다는 바람뿐이다.

이런 마음을 잊고 살아가다가 가끔 아버지에 까매진 얼굴을 볼때면 어린시절이 떠올라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오히려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내자신이 원망스럽다. 내가좀더 살갑게 다가가 아버지에 마음을 헤아려드렸다면 좀더 행복해 하셨을텐데..

가장이라는 이유로 슬픔을 내비치지 않고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강한 모습만 보이셨던

아버지. 까만얼굴에 주름하나하나 희긋한 눈썹하나하나 볼때면 한없이 작아진 어깨가내가슴을 요동쳐 울컥하게 만든다. 아버지에 눈물한방울 이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것만 같은...아버지에 뼈와 살을 깎는 그희생에 죽을때까지 보답할 길은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