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도,많은 시간이 흘렀을때도 나는 참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빛,
당신의 우리들에게 말했던 단어들
사랑과 용서 포용이라는...
소녀같이 해맑은 미소속에 잔잔히 우리 남매의 옷소매에 한땀 한땀 수놓던 손끝이 아직도 알알이 박힌 꽉찬 석류알처럼 선명하게 기억되던 당신의 부드러운 사랑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왜 그러셨습니까?
왜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셨습니까?
하늘끝 아래 어느 곳에 이름 모른 풀꽃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들은 정말 이래저래 부모라는 그늘속에 아름답게 이름지어지고.
아름답게 가꾸어져 보물처럼 세상을 환히 빛나는 존재가 됩니다.
다 당신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사랑이 어찌나 당연한건지.
그 사랑이 어찌나 아쉽지도 않은건지.
몇십년 그런 세월속에 살아가다보니.
어절씨구 이제 인생은 내꺼!하고 당당하게 당신의 눈을 보며 도리질 아닌
도리질을 하였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몰라서 미안합니다.
매일 코끝이 징해오고.
매일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마지막 숨을 거친 병마 앞에서 놓아버리던 당신 앞에
오열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슬픈 깊은 바다의 울음속에 갇혀 흐느끼는 것만이
제 슬픔을 다 할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퉁퉁부은 손을 마지막으로 부여잡고.
차가운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숨을 놓으실때,
나는 세상이 반쪽이 났고.
모두가 꺼꾸로 뒤집어지고.
무엇인가가 비현실적인 움직임들이 내가 과연 이 현실들을 받아드릴수
있을까 두려웠던 7년전 이제는 너무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다시는 볼수 없는 곳으로 보내드리고 말았습니다.
나도 이제 그런 어미가 되었습니다.
귀여운 남매의 투정과 애교에 울고 웃고 애간장이 녹습니다.
내 입에 내 눈에 내 품에 내 팔안에 품고 싶을정도로
두렵도록 강한 사랑과 끔찍한 모정을 매일 매일 목구멍속으로부터
올라오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어찌하여 당신에게서 그런 사랑을 고마워하지도 알아주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도 안차고
참으로 어이가 없어 허허실실 합니다.
오래되어 바랜 사진첩을 보면서 다음 세상에서 만나더라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당신을 그대로 만날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삶은 정말 야속하고 밉기도 합니다.
고물 고물 커가는 귀여운 당신의 손주들은 당신의 이름과 나의 그리움으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눈물 짓고 서러운 가슴앓이에 간혹 당신이 사무치도록 보고 싶을때는.
아이들의 자는 모습에 볼을 가만히 대어 봅니다..
혹시나 당신의 유전자속에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있을지.
혹시나 당신의 흔적이 아이들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녹아 있는지.
나는 당신의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 사랑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내 아이들에게 당신만큼 해줄수 있는것이 몇개나 있을지 정말 난감합니다.
당신에게 더 배워야 하고..
당신에게서 더 깨달아야 할 사랑이 억만리가 남았는데 말입니다.
자 이제 제가 당신이 되어 보겠습니다.
방법은 없습니다.
당신에게서 받은 사랑을 그대로 실천할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우리들을 ,
그 부족함과 어리석음을 머리조아려 용서 받고 감히 사랑을 논하고
베풀어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무치다는 말이 민망할정도로..
당신이 서럽게 그립습니다.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