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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것과 커피^^


BY 로돌프 사슴코 2011-05-17

커피, 이제는 나이 먹으니까 참 별거 아닌데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 드시는 거 한 모금 맛이라도 보고 싶어서

막 졸랐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블로그에 갔다가

커피관련 에세이를 보게 됐는데

예전 생각도 나고 공감도 가고 해서 퍼왔어요~

qr코드도 가져왔으니 찍어보시길^^

 

 http://www.facebook.com/frenchcafemix   /    http://frenchcafemix.tistory.com

 


 
일러스트와 함께 하는 커피 이야기 PART 1_커피를 통해 알아보는 어른 인증 법

 

 

어른이 돼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아니면, 어른이 되야 커피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어렸을 적 엄마는 ‘커피를 어릴 때 마시면 머리가 나빠져서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없어.’라고 종종 말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커피 맛에 관한 저의 호기심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어렸을 적 저는 어른들만이 마시는 커피를 마시면 빨리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몇 모금 마시게 된 커피는 정말 썼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쓴 커피를 어른들은 왜 마시는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어린아이였던 저는 더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말이지요.

 

그 뒤로 제가 커피를 다시 마신 건 고등학교를 들어가서였습니다. 학교 매점 옆에 있는 자판기에는 코코아, 율무차, 그리고 ‘커피’도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솔깃해져서 수업시간에 밀려오는 졸음을 쫓기 위해 주저 없이 커피를 뽑아 마셨습니다. 커피는 여전히 썼지만, 홀짝이며 종이컵을 비워냈지요. 이렇게 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저는 저 자신이 퍽 대견스러웠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수능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잦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셨던 커피의 맛을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마치 아직 나 자신이 어른이 안 되어 있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지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커피 체인점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럽을 넣지 않고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었지요. 하지만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거리를 거닐 때면 미.드(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내가 뉴요커라도 된 듯 괜스레 마음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 어느 날부터는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지 않은 나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까지 해서 주문했지요. 그럴 때면 이제는 내가 커피 맛을 조금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아니 저는 이미 어른이 된 것인지도 모르지요.

 

 

지금의 저는 서른이 되었습니다. 맛도 알지 못하는 커피를 무턱대고 마시며 입시를 준비하던 그때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요. 내게 커피는 더는 쓰지 않고,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도 않습니다. 한잔의 커피를 앞에 두고,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혹은 애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작업할 때 곁에 두고 마시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한잔은 일로 쌓였던 긴장감과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답니다. 나른한 오후 책 한 권과 함께 하는 커피 한잔은, 제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요. 이제는 저의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이지요. 이제 저는 정말 어른이 된 것일까요? 하지만 저는 어른이라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때론 방황하고, 가슴 뛰는 일을 꿈꾸고, 신화에 존재하는 옛날에 잃어버렸을 나의 반쪽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른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