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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으로 간 오소리 <1>


BY 오소리 2011-06-24


 

 

나는 날마다 어린이집 취사부로 일하고 있다.

월급 일백 십만원을 벌기 위해 한식요리 자격증을 취득했다.

몹시도 추운 지난 겨울 일주일에 세번 강의를 들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일마치고 밤에 강의를 듣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어서

도중에 그만 두어 버릴까 하는 나약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그저 그런일들 뿐이어서 할 수 없이 늘 해오던 주방일을 좀 더 체계적으로 습득해야 겠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전문적인 대우와 합당한 노동의 댓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 것이다.

 

두번의 시도로 비교적 쉽게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나는 한달여에 걸처 내가 사는 곳 인근의 어린이집 취사부의 일자리를 세심하게 알아보았다.

왜 어린이집이냐 하면 하루 여덟시간여 정도 아이들 간식과 짜여진 메뉴대로 점심을 준비하고,이어 오후 간식을 마련해 주고 다섯시에 퇴근하면 된다.그리고 주 5일 근무에 국,공휴일 다 쉬는데에 매력이 있기에 말이다.

주말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달포만에 서래마을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된 것이다.

 

제법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오층건물 일층에 머리결이 부수수한 원감과 내 나이또래로 보이는 원장 앞에서 소위 면접을 본다.

면접이란게 대충 경력과 가족관계 정도 묻게 되고 근무여건 등을 따지는데

자격증 수당과 취사부 1호봉 월급에 사대보험등을 고려해서 일백 십만원으로 보수가 결정되었다.

원아 106명에 종사자 17명을 포함해서 123명의 취사를 혼자 담당한다는게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나이에 뭘 어쩌겠는가.

그야말로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안내 받은 주방에서 형언할 수 없는 역겨운 냄새를 뒤로 한채 다음 주 월요일 부터 근무할 것을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월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출근할 것이다.

아마 시내버스 보다 더 빠를 것이다.

야호! 드디어 취직이 되었구나.

발걸음이 나를 듯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