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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초코파이 2분 CF


BY 류니 2011-09-01

어제 초코파이 CF 보셨나요? 순간 케이블 TV를 틀어놨나? 하는 착각을 할 정도로 길었는데요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긴 광고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광고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다른 채널로 돌리거나 아주 웃기고 기발한 광고가 아니면 눈도 꿈쩍 안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지루하기 만한 광고를 봐줄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여운이 남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채널을 돌리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마치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메시지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광고를 보는 우리들은 처음 광고를 접할 때 아무런 생각이 없답니다. 즉 동공이 풀어져 있는 상태죠. 광고가 지나간 15초 후에 방금 뭐가 지나갔나? 하는 멍 때리는 상황이 이어지죠.
누가 지금 지나간 CF는 뭘 광고한 거야? 라고 물어보면. 몰라. 전혀 생각안나. 라고 대답할 때가 많고요.

 


그러나 이 초코파이 CF는 확실히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더군요. 같이 본 가족들 역시 대체 이 영상의 의도는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나 말없이 결말까지 쭉 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 그 초코파이 광고로군!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세 편의 시리즈를 본 기억이 후반에 이르러서야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에이 뭐야 광고였어? 하는 불쾌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의도적으로 광고임을 감추고 속이려 하는 페이크 영상도 아니고, 광고 속에 교묘하게 메시지를 숨겨두어 무의식 중에 세뇌시키려는 의도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담담하게 초코파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파이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파이로드를 통해서 지구와 소통하고 인연을 맺어온 이야기가 2분 간의 다큐같은 영상 속에 녹아있습니다.

초코파이의 목소리는 하정우가 맡았는데요.
하정우의 낮은 목소리는 추격자의 살인범의 목소리로만 각인되어 있어서 무섭게 들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좋은 목소리더군요. 이병헌처럼 조금 지나치게 좋아서 느끼한 목소리나 성시경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보다 더 인간적이고 편안하게 들렸습니다. 그걸 의도한 것일까요?

먼저 초코파이 CF는 문화, 오지, 아버지의 시리즈를 통해 공개되었지만, 이번의 2분 CF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완전히 정면승부를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광고는 기발한 아이데이션도 물론 중요하지만 광고를 보는 대상을 충분히 납득시키고 감동시키는 일은 사실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억지로 감동을 유발하려는 카피나 스토리는 똑똑한 시청자들이 바로 알아채기 때문인데요.
그런 광고를 접하면 우린 ‘오글거린다’는 적절한 표현을 남기고 표표히 사라져갈 뿐이죠.
 
감동적인 스토리를 잘 살린 초코파이 CF전략은 정면승부와 함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었고, 그것은 확실히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봅니다. 
솔직히 약간 걱정이 되는 부분도 없잖아 있네요. 초코파이 CF가 이렇게 긴 장편 CF를 공개하게 되어서 이제 공중파도 케이블처럼 한 브랜드의 광고가 길게 나오는 일이 잦아지지 않을까?
정말 잘 만든 광고라면 호응을 얻겠지만, 어설프게 늘려놓기만 했다가는 그야말로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모험이죠.
이번 초코파이 CF 역시 상당히 모험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초코파이의 브랜드 파워는 그럴만한 자신감이 충만했던 모양입니다. 
 

 

 

 


요즘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현란함과 자극적인 내용들에 무엇을 봐도 감흥을 느끼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잡 답답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난무하는 뉴스를 보기 전,
잔잔한 스토리와 이야기가 있는 초코파이 CF는 잠시나마 제 정신과 안구를 정화시켜 주었네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둡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2분 CF 영상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