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15

당신의 소중함을 느낀 하루.


BY 9년차 2011-09-28

병원 응급실이라며 남편이름을 대며 보호자 맞냐며 병원에 와달라고 한다.

아침에 다른 곳에 벼 베러 간 남편,,,무슨 일일까해서

많이 다쳤냐고 묻자 다리를 좀 다친거 같다고 한다.

서둘러 회사 전화를 착신시켜놓고 응급실에 도착,,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이다.

상체는 전혀 다치지 않고 왼쪽 다리에 상처와 발등의 눌린 자국...

혹시나 해서 엑스레이 찍은 결과 다행히 골절은 아니란다...

 

콤바인으로 추수하다가 다른 논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옆으로 본인이 떨어지고

콤바인도 추락.... 콤바인이 한바퀴만 더 돌았어도 남편의 생명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를 일..

다행히 하늘이 도우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어제부터 추수 시작했는데 남은 벼들은 어찌해야 하나,,,

콤바인 수리비는 어쩌하나 ....

하며 이것저것 걱정하는 남편을 보며 아무런 걱정 말라 했다.

우선 몸이나 챙기자고~~~

 

너무나 무서워졌다.    그리고 남편의 존재가 이렇게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졌다.

동갑이다 보니 비록 자주 싸우고 하지만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고 사랑스럽다

 

처음엔 하늘에,,돌아가신 아빠께..조상님께 화가 났다

아침마다 막걸리를 가지고 집옆 서낭당에 가서 기도하고 했던 사람인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 했다.

 

그러나 남편의 무사함을 보고나선...감사했다..

그나마 이렇게 작은 아픔과 상처밖에 주지 않음을....

 

저녁 땐 두 아이들을 또 다시 시어머니께 맡기고 같이 자야할 거 같다.

오늘,내일 통증이 더 심해져 화장실 가는 것이 힘들 거 같다

 

부디 빨리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9년 전 결혼 당시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좋아 어쩔줄 몰라했던 추억은 뒤로 하고 

부딪치는 날이 많아지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

느끼고 또 느꼈네요.....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