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도 끝나고......
성적을 확인하려고 방송대를 검색하니까
방송대의 신?편입생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가 직장을 다니며 공부한다고 했을 때
무슨 공부를 또 하냐며...... 힘든데 그냥 직장이나
열심히 다니라고 했지요 제가......
그 때 그 친구에게 흘려 듣고 지나쳤던 방송대를
10년이 지난 지금......제가 다니고 있습니다.
아줌마가 되어서^^
(그 친구에게 많이 미안해요.. 그 때 병원 일도 힘들었을 텐데
도움은 못 주고...... 그 친구는 방송대를 졸업하고 고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쭈우욱 ~~ 공부를 했답니다.)
첫 아이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는데 돌잔치 할 때쯤
그냥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우울증이 왔어요.
그래서 그 때 아는 분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만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지요.
나름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에 우울증도 잘 다스릴 수 있었네요.
그렇게 주부와 엄마의 자리에 적응하고 있을 때..
둘째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닌 둘은 또 다른 전쟁이었습니다.
하나는 그럭저럭 여기저기 맡길 수 있었지만 둘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또 다시 온전한 엄마의 자리로 돌아왔지요.
아이들을 키우다 정신 없이 시간이 지나고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갑자기 세상에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 때 39살....마흔이 되는 겨울이었는데
제 인생에 20대와 30대가 이렇게 지나는구나 하는 서글픔과 동시에
뭐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 없이 40이 되는구나 하는 불안함이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는 것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감나무에 풍성했던 나뭇잎이 하나 둘 없어지고
겨울이 되어 가지만 앙상해진 모습을 보면서 늙는 건(?) 이런 건가 하는......
나를 포장했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온전한 나만 남는다는 것이
감나무의 가지처럼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방송통신대학교 신입생 모집 광고를 듣게 되었어요.
(요즘은 버스에서도 방송대 광고를 볼 수 있네요.
방송대 홍보단...... 다들 너무 멋지시네요..)
그 때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남편과 상의도 없이 그냥 바로 저질렀습니다.
(지금 같으면 미리 상의를 했을 것 같아요. 제가 다녀보니
저처럼 어린 아이가 있으면 남편이 많이 도와줘야 공부도 할 수 있거든요.)
그 때 직장과 학교를 열심히 다니던 친구를 떠올리며
저도 또 다른 삶의 목표를 찾았습니다.
그냥 주부, 엄마, 아내가 아닌..
공부하는 엄마, 공부하는 아내, 공부하는 40대의 아줌마가 된 거죠
아이들 학교, 유치원 보내고 집안일 좀 하다 동네 아줌마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아님 저녁에 못 본 드라마를 보면서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남편 출근 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10쯤부터 12시까지가
주부로서 가장 편한 휴식시간이었네요 저에겐...)
지금은 시간이 늘 부족하네요.
물론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항상 커피를 마시고 드라마를 보는 그런 한가한 삶은 아니죠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이 굉장히 많아서..사실 주부만으로 잘 살기도 힘들죠..
방송대 입학은 그런 제 생활을 확~~바꿔 놓았습니다.
항상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뭐든 부지런히 빨리 해 놓고
책 보기도 바빠서 우울증. 서글픔..그런 거 느낄 겨를도 없고
무엇보다 늘 아이들 스케줄에 맞추어 살던 제게 저의 스케줄이 생겼네요.. 그것도 아주 바
쁜..
[방송대를 다니니 일 년이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요..
이제 2012년.. 하루, 한 달, 한 학기의 온라인 강의 계획과
출석 수업, 시험 등등 빼곡히 적힌 나만의 달력이 생기네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안 챙긴다는 건 아니고요
아이들 챙기면서 공부하려니 더 바쁘고, 힘들고, 시험이라도 다가오면 잠도 못 자서
내가 왜 사서 고생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으니 그깟 잠 좀 못 자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이제 3학년이 됩니다.
(3학년 때는 전액 장학금 받는 것이 목표랍니다.
열심히 하는데 아직 장학금은 못 받았네요. 히히히)
지금보다 더 바빠지겠지요.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힘든 만큼 저의 자신감도 커집니다.
이번 주에는 아이들도 겨울방학을 시작합니다.
저의 방학은 즐거운 일인데
아이들이 같이 방학을 하니 꼭 그렇지 만도 않아요.
(크크크.. 아이들이 제 맘을 알면...... )
이번 방학에 책을 엄청 많이 읽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도와주겠지요..
그래서 큰 아이를 꼬셨어요..
엄마랑 겨울 방학 동안 누가 더 책을 많이 읽는지
내기를 해서 소원 한 가지를 들어 주기로요.
순진한 큰 아이는 엄마의 속셈도(?) 모르고
그저 소원 하나 들어 준다는 말에 냉큼 약속을 했답니다.
그나저나 아직 글을 모르는 작은 놈은 어떻게 꼬셔서
제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고민이네요^^
방송대... 처음엔 그냥 한번 해볼까..라는 맘이 더 많았습니다.
그냥....그런데 지금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좀 더 확실한 목표와 새로운 계획들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공부하는 과를 졸업한다고 해도
다른 과의 도전이 계속 저를 방송대인으로 남게 해 줄 것 같아요.
앞으로도 피곤하고 힘든...행복한(???!!!!)
하루하루를 계속 살아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