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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그 날... 명절..!!


BY 발뒤꿈치 2012-01-30

설 연휴있기 일주일 전부터 몸이 여기 저기 아프고
밤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해마다 설 전날 오전에 시댁에 가서 준비를 하곤 하였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어머니 댁에 갔다.
다른 때는 내가 가야 이것 저것 일을 하셨던 어머니께서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먼저 전을 부치고 계시는 것이었다.

혼자 일 다하셨다고 푸념과 넋두리를 하셨다.

토요일 밤부터 만두 속도 장만하고
새벽까지 일해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셨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이 아빠가
"같이 하시지 왜 혼자 하시고 그러세요?" 
하니까 어머니께서,
"이거 내가 안하면 누가 하냐?

지아 애미가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애기마냥 그런데 천상 내가 해야지. 아이고 아이고." 하셨다.


재희 아빠가,
"잘하든 못하든 같이 하셔야지요." 하니까,
"같이 해봐야 거드는 수준밖에 더 되냐?

언제 내가 이런 일 안하게 될지 모르겠다." 하셨다.


만두 피를 올해는 반죽하지 않고 사 놓으셨다.
"어머니, 만두는 제가 다 빚을께요." 하니까,
"그래. 알았다." 하셨다.

저녁은 집에 와서 먹고 설날 아침에 일찍 어머니 댁으로 다시 갔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대전 친정으로 향했다.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전화를 동생으로부터 받았다.
설 전날에도 응급실에 다녀오시고 많이 힘들어 하시니

동생 내외가 처가에 갈 때 우리가 돌보기로 했다.
설날 밤에 엄마와 함께 자게 되었는데 새벽에 또다시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배가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설전날에 엑스레이상으로는 변이 많이 차서 배가 아픈거라고 했다.
엄마가 변비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변이 차 있다니 의아했다.
복부 CT도 찍어 놓은 것이 있다는데
정확한 판독은 26일 오후에 전문의가 해준다는 것이다.
설 연휴에 아프면 정말 난감하다.
아파서 병원을 가도 응급처치 뿐이고...

엄마가 등쪽 허리부분에 좀 보라고 걷어 보였다.
붉은 반점과 물집이 잡혀 있었다.
"엄마, 이거 왜 이런 거예요?" 하니까,
"허리가 아파서 파스 붙였다가 떼었는데 그러네."
"오랫동안 붙여 놓으셨어요?"
"잊어버리고 가끔은 이틀도 가고 그랬지."
"피부가 연해서 그러나, 왜 이렇게 물집이 많지?"
"거기다 무슨 연고라도 발라줘봐라."
"엄마, 아무 연고나 막 바르면 안 되고 26일에 소화기 내과 가시거든 꼭 보여드리세요. 거기서 무슨 병인지 처방 내리면 그때 연고 발라요. 지금 잘못 바르면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고 연고를 안 발라드렸다.

설날 다음날 아침에 우린 올라오게 되었다.
남동생이 있으니까 맡기고서.
재희 아빠는 나더러 며칠 더 있다가 엄마 아픈 것 간호하고 오라 했는데
재희 아빠 또한 2월에 또 시술해야 하니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엄마도 막내가 있으니까 올라가라 했다.
차에 올라오며 재희 아빠와 언쟁을 했다.

병원에 자주 가게 되니까 이제 대전도 언제 갈지 모르니
내려간 김에 엄마곁에 좀 더 있다가 오지
내 말을 그렇게 무시하느냐는 등 나에게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 마음은 고맙지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다.

엄마를 돌봐드리고 싶어도 남편이 걸리고
남편을 챙기려니 엄마가 걸리고.
그렇다고 내 몸이 건강한 것도 아니고

자그마한 몸으로 살아가는 내가
머리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다.

저녁 때 전화가 왔는데 엄마 피부에 물집이 더 많이 잡혔다는 것이다.
여기 저기 퍼져 있어 대상포진 같다고 동생이 추측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똑같다고 했다.
병원에 소화기 내과에 가서 CT 검사 결과는
췌장쪽에 무엇이 보인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대상포진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엄마는 입원을 하셨다.
면역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이 잘 생긴다고 한다.
엄마가 많이 힘드셨던 모양이다.
작년에 허리 수술하고 계속 힘겨워 하셨고
언니 수술하는 바람에 얼마나 애을 태웠는가.
낮에 동생이 전화가 왔는데 엄마는 회복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 했다.
식사도 잘 하시고 배 아픈 것은 괜찮아지신 모양이다.

2월 13일은 재희 아빠가 또 병원에 입원을 한다.
1월에 시술한 것을 다시 시술해야 한다.
위치가 안 좋은 곳에 암세포가 있어서 두번이나 하게 된다.
한달에 한번씩 입원하니 올해는 얼마나 많은 입원을 하게 될까?
거기다 엄마까지 입원중이라 마음이 더 심란하다.
비록 우울한 설이긴 하나 지나고 나니 마음은 후련하다.
재희 아빠도 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일을 같이 하든 혼자 하든 생색을 내지 말아야 하는데
혼자서 그렇게 해 놓으시고 생색 내시고 시누이에게 전화로 하소연 하고
그 불똥은 나에게 떨어지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재희 아빠는 이래저래 속상하고
시댁 식구들이 가족을 위한 배려가 없다.
너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말도 생각없이 하는 사람들 뿐이다.
누구 하나 더 나은 사람이 없으니.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까지 하셨다.
"둘 중에 하나라도 몸이 건강해야 하는데 둘 다 그러니 어떻하니.

전철역에 보니 청소하는 사람이 꼭 너처럼 척추장애를 가진 여자가 있더라.

요즘은 장애인도 취업이 잘 되는가 보더라."
하셨다.


그 말씀은 나보고 돈벌이 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님 나의 오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씀은 민감한 문제인데 눈치가 없으시다.
허구헌날 당신 아들 입원해서 병구완 해야 하는 나에게
돈벌이까지 강요하면 그건 부당한 것 아닌가 말이다.
우리 보태주지 않을거라면 가타부타 말을 말아야 하는데
아주버니 또한 만만찮은 사람이다.

가정도 못 지키고 어머니 댁에 눌러 사는 사람이
생활비도 못 내어 놓고 어머니 벌이로 의존해야 하는지.
시댁 사람들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남편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