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부모님께서는 대대로 이어받은 종가집의 기와집에서 살고 계십니다
명절때에는 방과 부엌이 떨어져 있어서 차례상을 차릴때는 작은 상에 올려 놓은후 날라서 차례상을 차리곤한답니다.
그래서 이번 설에는 제가 머리를 쓴답시고 한꺼번에 여러 음식을 올려 놓은 후 작은상으로 나르게 되면 몇번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서 잔뜩 담아 날랐죠
그런데 시골의 문지방은 왜이리 높던지 앞이 잘보이지 않아 결국은 발끝에 걸려 나르던 상이 바로 차례상으로 덥치고 말았습니다. 홍동백서, 좌포우혜를 맞춰가면 정성스레 아버님께서 차려놓은 상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말한마디 못하고 시부모님 눈치를 보며 지내야 했죠.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께서 뭐 그런거 같고 울상이냐며 위로해 주시고 여러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시며서 배웅을 해주신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되돌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