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를 하면서 다시금 엄마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버이날때 신랑과 아이둘 데리고 차로 5분 거리인 친정집을 오후에 다녀왔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드는 친정인데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기분이 조금 틀리더라구요.
부모님께 드릴 용돈
도 준비하고 딸과 같이 꽃집에 가서 카네이션바구니를 사서 갔어요.
예쁜 꽃을 보시곤 활짝 웃으시는 우리 엄마..우리 엄마도 예쁜 꽃을 좋아하는 천상 여자였어요.
한순간 잊고 살았어요. 엄마는 그저 엄마로만 생각하고 살았는데..꽃을 보고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고 앞으로
예쁜 꽃 자주 사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엄마, 이제 쉰 중반을 갓 넘으셨는데 루푸스라는 병에 걸리셨어요.
벌써 7년이나 되었네요.
결혼하고 6개월째 되는 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엄마가 누워계셨어요.
한번도 그런 모습 보이지 않으셨는데 아버지는 날 부르시더니 우시더라구요.
인터넷을 못하시니 '루푸스' 검색해보라고 하셨어요.
검색하고서 한동안 아무소리도 못했어요.
우리 엄마가 루푸스에 걸리셨대요. 죽을때 까지 완치할수 없고 늘 조심조심 살아야 된다고....
불치병이라네요.
아버지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어요.
엄만 괜히 건강검진을 받으셨다고 그냥 모른채 살았으면 좋았을걸 말씀하시더라구요.
가슴이 미어졌어요.
그냥 루푸스란 병 몰랐던 어제처럼 앞으로 살았으면 좋겠대요.
아픈 엄마 애처럽게 쳐다보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그냥 예전처럼 그렇게 살자고~
그게 당신을 도와주는거라고 하셨어요.
엄마도 며칠만 이렇게 울다가 맘을 다잡을 거니까 모른채 해달라고 하시는데
엉엉 소리내서 울었어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회사에서 집에서 그렇게 많이 울었어요.
엄마 앞에서는 되도록 씩씩하게 지낼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많이 웃고
그렇게 지냈답니다.
인터넷을 찾고 또 찾고 또 루푸스에 관련된 까페에 가입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알아볼수록
절망만 더해갔어요.
약도 없고 치료법도 딱히 없고 그저 맘 편히 갖고 늘 많이 웃고 좋은 음식 먹고 그렇게 즐겁게 사는게 최고의 약이라는게
더 가슴이 아팠어요.
루푸스를 안 뒤로 엄마는 4계절 내내 긴 팔을 입고 다니셨어요.
루푸스는 홍반을 동반하는 관절염이라 자외선을 특히 조심해야 한답니다. 햇빛에 조금만 나가도 얼굴에 나비모양의 붉은 반점이 온몸에 생겨서 자외선 차단제는 물론 긴팔, 모자, 양산은 늘 필수였어요.
루푸스는 공부병이라고 하더라구요.
공주처럼 늘 우아하고 손 하나 까닥않고 그렇게 사는거래요.
그런데 엄만 지금까지 4명의 손자, 손녀를 봐주셨어요.
우리큰딸은 5년동안 봐주셨어요. 저 참 이기적인 딸이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직장생활을 해야 했기에 많이 고민했는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당신은 손녀 보는게 최고의 낙이고 행복이라구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직장일 열심히 해서 얼른 기반을 잡으라구요
그렇게 염치 없이 5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둘째를 낳고 작년부터 전업맘이 되었어요.
전업맘이 되었어도 엄마는 살림과 육아에 서투른 딸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에 와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은 또 염치 없이 아픈 엄마께 두아이를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많이 고민했는데 엄마께서 당신이 힘들어도 봐줄테니 열심히 일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늘 죄송한 맘 뿐입니다.
사람맘이 그렇더라구요.
엄마 병을 처음 알았을때는 눈물이 나오고 식음을 전폐할만큼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사람맘이 간사하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병은 희미해져 갔어요.
그래도 한달에 한번 루푸스 수치가 나오는 날이면 식구들은 모두 살얼음판을 걷게 된답니다.
혹시나 수치가 높아지지는 않았는지 검사 결과가 좋지는 않은지~
엄마가 다니는 병원 환자 중에 우리 엄마가 세손가락에 들 정도로 많이 좋지 않으시다고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예전에 하두 엄마가 당신은 괜찮다고 하셔서 엄마 몰래 병원에 갔다가 들었던 충격적인 말이였어요.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절망적이였어요.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엄마 맘 편히 해드리고 늘 웃으시게 해주라구요.
많이 울었어요.
7년 동안 참 많이 힘들었어요. 엄마가 아프시다고 하면 가슴이 뛰고
또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전화를 받고 미친듯이 뛰어갔던 적도 많고.....
다행히 지금은 수치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두 많이 아프세요. 머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세요.
루푸스라는 균이 온 몸이 돌아다니면서 약한 곳을 침투해서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코도 아프고 입안도 아프고
관절은 말할것도 없구요.
제발 루푸스 균이 심장과 머리로만 안 갔으면 좋겠어요.
늘 기도하고 빌고 있어요.
아직 60도 안된 우리 엄마 .....
루푸스로 더 이상 고통 안 받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지금이대로 우리 가족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저 나쁜짓 안하고 착하게 살았으니 꼭 소원 들어주시겠죠?
엄마~큰딸이예요.
오늘 엄마께서 꽃 받고서 그렇게 크게 웃으시는 모습 정말 오랫만에 본거 같아요.
그 동안 엄마 속만 상하게 해드린거 같아요. 앞으로는 많이 웃게 해드릴게요
큰딸 노릇도 못하고 늘 엄마에게 어리광만 피우고 도움만 받으려고 해서 죄송해요.
올해는 직장생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지낸지가 벌써 횟수로 9년째네요. 엄마께 늘 짐만 지워드려 죄송해요.
아버지랑 좋은거 구경하고 좋은 음식 먹고 그렇게 편히 지내셔야 하는데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며 땅을 치게 될지 모르겠어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조금은 엄마의 맘을 헤아릴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도 우리 엄마가 우리 삼남매에게 주신 사랑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다 못전해줄거 같아요. 엄마의 큰 사랑에 늘 가슴 따뜻하고 행복해요.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사랑 받고 크게 해주셔서 늘 감사해요.
제가 효도 많이 할수 있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