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말을 배우는 데 그 에너지의 9할을 소진한다.
그리고 나머지 1할로 그 말을 살아 낸다.
--문 진영--
우리의 인생에는 쉬지 않고 나를 굴복시키려는 실패와 좌절들이 깔린 길을 가는 건 아닐까?
가시밭길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넘어지고 ,찢기고,할퀴고,얻어 맞고,시궁창에 빠져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단 한 순간도 두려움없이,걱정없이 살 수 없도록 괴롭히는 ...사바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있기에,제아무리 빈곤하고 더러운 것일지라도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죽는 것보단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낫기에...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해 본 본인은 누구보다 살아 있음이 죽는 것 보다 낫다는 걸 잘 안다.
답답하고 절망스러워 칵 죽어버려서 편안해져보려 ...
차를 전속력으로 몰다가 낭떠러지 위의 다리에서 핸들을 꺾어 버리고 쾅쾅~두 번의 턱을 넘어 부웅 뜨는 순간 .
순간적인 황홀감을 느끼기도 했었지만 그 뿐,정신을 잃었지만,
납작해진 차를 끌어 올리는 렉카 기사가 "죽었겠구먼!"했다는데도 뼈하나 안 부러지고 ...
발가벗고 침대에 누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니...
작은 콜라병만한 제초제를 반쯤이나 마셨을까?
고약한 석유를 마시는 듯한 느낌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기어이 죽고 말리다며 벌컥벌컥 마시는데...
다 마시기도 전부터 항문으로 쏟아지는 무언가로 음낭이 불타는 듯 뜨거워지면서 미치겠는데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고는 확실히 죽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는데...
수면제도 아니고 제초제인데...확실히 죽을 수 있으리라,참자 참자...
죽었냐고?클~발가벗고 기저귀차고 중환자실에서 잠자고 있다.
간호원이 기저귀 갈아주는 기척에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못 죽었을 때의 기분?
무지 창피하고 무안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발가벗어서가 아니라 ,무슨 생쇼라도 한듯한 치기어린 존재인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아주 어렸을 때 누군가가 내 손바닥을 보더니 하는 말이,
"중간에 큰 위기가 두어 번 있겠으나 그것만 잘 건너뛰면 아주 오래 살거야!"라길래
웃기고 있네 하면서 무시했더랬는데...
그래,오래오래 살면서 더러운 꼴 실컷 보라는 팔자인가보다며 죽는 것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둘러보니 .어라?내게도 희망의 싹이 남아 있네?
그래,이 싹을 잘 키워가며 인간적으로 살아보자..며 다시 일어섰더니...
안 죽길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며 삶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와준다.
힘든가?힘들어서 죽고 싶은가?
하지만 삶이 제아무리 큰 힘듦을 안기더라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희망의 싹을 찾아내 열심히 살아보시라.
안 죽길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다며 행복해 할 날이 반드시 와줄 것이다.
백 세 시대를 살고 있는 나의 나이가 지금 쉰두 살이니,이걸 알아채는 데 5할을 소비했다.
대박 아닌가 말이다.
나머지 5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살아내련다.
나의 경험이 과연 얼마나 피부로 느껴질 지는 모르겠으나 참고하시라.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채서 에너지를 아끼고 ,나머지를 살아내는 데 쓰라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써 본다..
아무리 해도 안 느껴진다며 나도 한 번 자살을 시도해볼까 생각하진 마시라.
그대로 골로 가는 수가 있을 수 있으니까...^*^
다음 블로그 '미개인의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