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 가슴이 울렁거리고 환희에 젖어 그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랑은 길어봐야 2 년 반을 넘지 못한다.
--신디 하잔--
연애 10 개월여를 몸살을 앓았더랬지.
곰이란 천리안 친구로부터 대단한 친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잠복(?)을 한 끝에 만나게 된 그녀.
열사흘을 인사나 나누는 정도로 온라인 만남을 거듭하다 오프라인으로 만난 12월26일.
호텔 커피샵에서 아담한 사람이 꽤 도도해 뵈는 것에 끌려 차를 마시고 그녀 친구의 아이 돌잔치에 함께 갔고,
월미도에 데이트를 갔다 오는 길에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45일간 다녀왔다는 소리를 듣곤 부쩍 관심을 갖게 된 후
거의 매일을 유선으로 데이트하고,휴일마다 만나기를 10개월여 한 끝에 결혼을 했더랬지.
그런데 결혼을 결심하고 날짜까지 잡아놓고 보니 생기기 시작하는 갈등,의견차이...
결혼이 임박해선 진짜 그만두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부부가 됐는데,
맨손으로 하나씩 이뤄가노라면 동지애도 생기고 더 애틋해지겠거니 했던 계산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매일이다시피 다투게 됐는데,
수없이 많은 다툼과 가출이 거듭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의심하진 않다보니 결혼 십수 년차에도
날로 사랑스럽기만 하고 원숙해져가는 데 반하는 나날이 지속됐었는데...
남들은 1~2 년이면 식는다는데,난 천연기념물인가 싶었었지.
그런데 그것은 나만의 일이었던 듯,상대에겐 그것이 오히려 집착으로 여겨지며 헤어지게까지 됐으니...
그렇게 반 세기를 마악 지나쳤는데,이젠 설레이고 울렁거리며 그리워 미치겠는 감정은 사라져버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왔다는 "적당히 사랑하라,오래된 사랑은 좀 그렇다."라는 대사를 실천하라는 운명이었을까?
이젠 외모나 설레임쯤엔 관심조차 없으니...
말이 잘 통하고,화통한 ,그러면서 전혀 서로에게 이성적 매력쯤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면서 이성인 ...
부담없는 친구쯤이 있었으면...
아무리 오래 함께 있어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낄낄 거리며 세태를 논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있는데...
20 대엔 그런 친구들도 있었지만,닳을대로 닳아버린 이 나이의 사람들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조차 안 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결혼을 한다는 사람들은 ,요즘 세태라면 반드시 후회를 할 것이라고 본다.
영원할 것 같고 황홀할 것만 같은 설레임의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2 년하고 반 년만 지나면 끝이란다.
사랑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임한다면 큰 실수가 없을테니...
계산을 하잔 게 아니고 ,조건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결혼이 될 것이니...
친구같은,동지같은 공동 관심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미 결혼을 했다면 ,너와 나는 다르기 때문에 넌 틀렸어라고 트집을 잡는 대신,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동관심사를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친구같은 부부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은데...
그래서 결혼 생활 중엔 친구같은 부부가 되자고 그리도 애원했건만...
피차가 하루라도 보지 않고 목소리라도 듣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던 10 개월여의 추억조차 떠올리고 싶잖은 지경이 되고보니...
사랑한다고 쪽족 빨고 매달려서 홍알거리는 철부지들의 행동이 아름답고 부럽기보단 씁쓸해진다.
1~2 년만 지나면 서로 원수라고 삿대질해가며 싸울 거면서...
자신들에게만은 예외일 것 같아서 ,그리고 영화나 노랫말의 그것이 나에게만은 평생 갈 것 같아서 정신 못차리는 연인들이여!
부디 이 말을 명심하고 냉정을 잃지 말고 한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당신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지 마시라!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에 초를 치기 위한 억하심정이 아니라, 오래도록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며 잘 살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짚어본 것이니...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전혀 넘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길....
오죽하면 전쟁터에 나갈 때 보다 더 많이 기도하라고 했겠는가?
다음 블로그 '미개인의 사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