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허물을 눈 감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허물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 남준,'개념 없음'중에서--
용서라...
나는 참 용서에 인색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자질구레한 일에선 곧잘 용서를 하기도 하지만,좀 비중이 있는 곳에선 용서를 안 하지 않았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실수에 지나치게 엄격했고,궁지에 몰리면 지나쳤던 일까지 끄집어 내서 문제를 삼는...
치졸하기 그지 없는 인간인 것이다.
나의 마음을 몰라주고 마구 공격을 해오면 참을 수가 없어지고 만다.
전재산을 잃는 사기를 당하고도 어쩔 줄 몰라하는 소중한 사람까지 잃고 싶지 않아 용서를 하고 넘어갔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트집을 잡히면 서운해서 끄집어 내고,화가 나서 끄집어 내곤 했다.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도 나의 단점만 잡고 늘어지면 ,,,휴우~
더군다나 자신에겐 또 얼마나 못되게 굴었던가?
잘 나지도 못한 주제에 지나친 과대평가를 해놓곤 왜 이 정도밖엔 못하느냐며 마구 다그쳐댔지.
그러면서 노력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미련 공탱이처럼 몸만 혹사시켜 왔다.
답답해서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도 정작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데는 인색했었지.참 못 났다.
아이들한테마저 지나치게 원칙만 고수하는 사람으로,엄격하기만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엄청나게 목말라 했던 나의 성실함에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서운해 하기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잘 살아보고자 했던 소망이 물거품이 되면서 ...
나의 억울함을 표하고저 가장 험악하게 죽어버리려 제초제와 휘발유를 들고 22층 아파트의 복도에 섰을 때의 절망이라니!
꼬깃꼬깃 잘 타도록 바닥에 종이를 잔뜩 깔아두고,휘발유통을 곁에 두곤 역하기만 한 제초제를 마실 때의 기분은 ...
그걸 먹고 휘발유를 뒤집어 쓰고 불을 붙인 후 22층 아래로 뛰어내리려 했건만,
나의 험악한 꼴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끝내 나타나 주지 않고 제초제를 마시며 아래로 쏟아지는 오물을 느끼다가
몽롱하게 가는구나...이렇게 가는구나...가고 싶어했는데,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기저귀를 차고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나의 모습은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나조차도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서 누구한테 용서를 해달라고 ,용서를 해주마고 몸부림을 쳤던 건지 ...
이젠 죽어도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마음을 터엉 비운 채
나를 용서하고 그들을 용서해 버리고 평생 혼자서 자유롭게 살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 게 어느덧 3년을 넘어선다.
덤이다...생각하며 편안하게 살다가 가자고 다짐을 했건만,
생뚱맞게 독립운동을 한답시고 나서선 오늘도 경찰서 수사과에 다녀온다.
다음 주엔 오전 중에 두 건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기쁘게 받아들이자,스스로 나선 길인만치 누구도 탓하지 말고 당당하게 헤쳐나가자고 다짐을 해보지만,
이런 날엔 뻐엉 뚫린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쓸쓸해한다.
어쩌랴~이렇게 생겨먹은 팔자인 걸...
정겨웠던 수사관이 아까 다 때려치우고 조용히 사시는 게 어떻냐고 권해도 왔지만,
오기로라도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어서 ,그리고 한 입 갖고 두 소리 하기 싫어서 다시 한 번 어금니를 악물었던 하루...
오늘 다시 한 번 못난 나를 용서한다.
다음 블로그 '미개인의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