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짧음은 한 생각에 말미암고,넓고 좁음은 한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마음 한가한 사람은 하루가 천 년보다 길고,뜻이 넓은 사람은 한 칸의 방이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으니라.
--채근담--
하루가 정말 길고도 길어서 지루하고 짜증이 나기까지 한 경험을 적어도 한 번쯤은 해봤으리라.
그런 날은 잠도 오질 않아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달 정도로 길고 길어 천 년보다 긴 것만 같았다.
머릿속엔 잡념만 그득하여 온통 뒤죽박죽이면서... 몸은 물먹은 솜마냥 무겁기만 하면서 ...
사방이 온통 하얀 독방에 가둬두고 불을 환히 켜두는 고문을 한단 소리를 들은 것 같으면서 머리가 뻐개질 것만 같다.
가슴은 벌렁거리고,온 몸이 무겁고 쑤시고 결린다.
바람벽에 머리라도 짓찧어버리고 싶다.
못마시는 술을 마셔봐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면서 으아아아아아아~~~~~~차라리 미쳐버렸으면...
그러면서도 한가로움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그 고문은 쉬지 않고 계속된다.
반면 시간 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아쉬워서 잠까지 아껴가며 하루를 연장하고 싶은 날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든 ,일이든,아님 뭔가 설레는 꿈을 꾸면서...
마악 신이 나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는데 또 뭔가 해야할 것 같아서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오는...그런 하루.
하루가 왜 이리 짧으냐며 이미 시간상으론 내일이지만 잠들기를 거부하며 하루를 연장하고 싶어한다.
그리곤 아침에 빨리 일어나서 어제의 기분을 연장하며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어 몸살이 난다.
자리에 누우면 기절하듯 지칠 정도로 살았으면서도 하나도 힘이 안 드는 하루하루의 연속...
뜻이 좁은 사람은 운동장 같은 집에 거하면서도 늘 조바심을 치게 되고, 욕심을 부리게 된다.
머리는 터엉 비어만 가고 뭐라도 더 가져서라도 채우고 싶어하니 늘 불만족하게 된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싶어하고,남들을 디딤돌 삼아서라도 올라가고만 싶어한다.
그렇게라도 우쭐해하며 뻐기고 싶다.
그래,늬들은 그렇게 고귀한 일을 한다며 보람을 느끼면서 살겠지만 ,행색을 봐라,내가 훨씬 낫지?하며 질러대고 싶을테지...
하지만 하나도 부럽지 않고,심지어는 그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그러다 나중에 그 가진 것과 누리는 명예에 짓눌려 처량하게 하루하루 죽어가면서도 어찌해야 할 줄 몰라하며 불쌍하게 스러지고 만다.
뜻을 세우고 꿈을 꾸며 실행에 옮기면서는 사는 집이나 몸에 걸치는 옷따위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까짓 집이 아니면 어떻고,명품 옷가지가 아니면 어떤가?
그깟 거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영심에 불과한 것인데,그걸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지조차 못하며 살고 싶진 않다.
몸하나 뉘일 수 있으면 가게 한 귀중이라도 좋고,춥지 않고 추한 몸뚱이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가릴 수만 있으면 그만이지,
구중궁궐같은 집에서 살며 그 집구석의 종이 되어 몸도 마음도 시달리며 빚갚고 청소하며 보내는 게 그리도 즐겁단 말인가?
물질에 집착하지 않게 되면서 영혼이 이리도 자유로와지는 걸 그들은 왜 모르는 걸까?
더군다나 그런 수단들에 얽매이느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큰 집에의,근사한 차에의,남들이 부러워하는 근사한 옷에의,높은 자리에의 욕심을 버리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데...
그런 것들을 못누리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데...
철마다 한두 벌이면 옷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잠 자고 씻고 밥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에 만족하게 되면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욕심을 버리면 아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몹쓸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을 오롯이 내 것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야말로 최고라는 걸 모르고 ,남들의 시선에 의해 살아지는 생을 영위하다니...
그렇게 장만한 대궐같은 집에서 살면서 더 크고 화려한 집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죄불안석...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수백만 원의 돈을 들여 한껏 치장한 걸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하릴없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다른 사람들을 흘깃거리고,
아무리해도 채워지지 않는 허탈한 속을 채우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시궁창같은 유흥가를 기웃거리며 떡이 되도록 취해버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일반화 된 현실이다 보니 삶이 원래 그런 것이려니 하며 빚범벅의 그것들에 파묻혀 살며 좋단다.ㅠㅠ
그리고 밤낮없이 빚걱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는 하루하루를 살다가 살짝만 어긋나면 이내 푸어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고라도 깨달으면 그나마 다행인데,과거의 거짓 영화에 여전히 취해서 또 다른 빚잔치를 벌이고 싶어하니...어쩔꼬?
이처럼 흥청망청 살았던 때가 언제 있었고,단칸 사글세방 조차도 없는 게 없는 이런 때가 언제 있었는가?
그런데도 늘 불만이고 ,불안하고 ,이런 생활을 연속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분수껏 살면서 ,가슴 속에 얼마간의 뜻을 품으면 그런 수단들이 하찮아 보이게 된다.
뜻을 펼치며 느끼는 보람은 불안도 두려움도 말끔히 걷어내준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이 술술 풀려주기도 한다.워낙 바라는 게 크지 않아서일 것이다.
점점 행복해진다.
점점 멀리 내다보게 되면서 인생 전반을 살필 수 있게 되고,어차피 죽게 될 인생임을 깨닫곤 필요이상의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된다.
내가 행복하니 누군가에게 이런 행복을 나눠주고 싶게 되고,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행복이라니...
그런 남는 장사인데...망설일 이유를 찾지 못하며 나눠 줄 사람을 찾아 두리번 거리게 된다.
하루 한 번 이상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틈틈이 주변을 살피게 된다.
나보다 훨씬 풍성하게 누리며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다.아이러니다!
죽을 때까지 허영을 멀리하고, 지금의 이 최소한의 조건에 만족하며 ,남는 건 나눠서 두 배 세 배로 불려 느끼며 살아야쥐~^*^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