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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 정연복


BY 평범주부 2014-03-17

 

먼길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황소처럼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넓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저 구름처럼

꾸물꾸물 제 갈 길을 가는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담벼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일년에 단 하나의 나이테를 만드는

나무처럼

초침과 분침에게 시치미 떼고

제 속도로 살아가는 시침(時針)처럼

느리게

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