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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친구야


BY 아무나삿갓 2014-04-09

1975년 9월 23일 

예비군복 을 입은 두 사내가 을지로 에서부터 청량리 까지 걸어왔다

두 사내는 이미 술에 취한듯 허청걸음으로 두리번 거리다가 이윽고 는

오팔팔 뒷골목 으로 사라졌다가 어둠이 깔리고서야 나타났다

또다시 두 사내는 별 말도없이 걷는다

시조사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위생병원 을지나 중량교.망우리.신내동고개를 넘는다 .여기부터 경기도이다

먼지가 풀풀나는 비포장 도로를 걷고 또걷는다

담터를 지나 퇴계원 ,뱅이,임송 내곡리,내각리 밤섬 ,벼락소 장현 광능내까지 눈에띄는 술집은 다 들리고,통금지나 검문소에 걸린것도 몇차례..그랬다 .잠자다 말고 슬그머니 일어나 군대에 가고 삼십사개월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그랬다

이유없이 기분 나쁘다고 장교한테.고참병 들한테 뚜드려 맞았다

배가고파 잔밥통을 뒤지기도 하였고 십이킬로 완전 군장을메고 십킬로 구보를 하루에 두번씩 두 달간을 하기도 하였다

힘들어 군대생활 못하겠다고 탈영을 하는 동료를 보기도 하였고 헌병들 한테 붙잡혀 가는것도 보았고 ,결국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쏘아 범벅이 된것도 여러번 보았다

참았다,젊었기에 참았다

내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것도 참았다

그랬다,그 삼십사개월 일주일 을 길에다 깔아 버리자 하고 열두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와 같이온 사내는 나의 중학교 동창이며 군대 동기이다

같이 뚜들겨 맞았고 같이 뒹굴었다

이년만에 상등병 같이 진급하고 똘똘 깡으로 뭉처서 중대를 평정했다

고참 병장들도 우리에게는 함부로 하지못했다

졸병들,  우리가 제대 할떼까지는 절대로 때리지 말아라 으름장을 놓았다,병장 고참들한테 둘러싸여 죽지 않을만큼 맞으면서도 끝까지 싸웠다,  전역 후에도 인생의 동반자 였으며 경쟁자 였으며 친구였다

눈빛만 보아도 알았다,어디가 아픈지,어디가 가려운지..

내것 네것이 없었다.백발이 되었을때 이 풍진 세상을 노래 하자고 하였었다,

 

통재라!  환갑을 한달 앞두고 그 친구가 타계했다

 우ㅡ씨 신 은 없나보다

몇일 잠을 못 잤는데 말똥 말똥하다

 내일이 발인이다

씻고 옷 갈아 입었으니 다시가자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주어야한다

 

잘가라  내친구  승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