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 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 보았나
개는 내가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 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 이 시를 읽고 안도현 시인은 이런 평을 남겼답니다.
" 어찌 밥그릇의 밑바닥,
주가의 밑바닥, 쌀통의 밑바닥, 은행 통장의 밑바닥,
술잔의 밑바닥, 경제의 밑바닥, 인생의 밑바닥, 사랑의 밑바닥,
생명의 밑바닥, 죽음의 밑바닥, 존재의 밑바닥....
무엇이든 그 밑바닥에 닿아보지 않고는 그 무엇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 /담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