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헌혈을 하고 받은 관람권의 만기가 이 달 말까지여서 ,마침 비도 오기에,
이런 날 문을 열어 봤자 손님이 오겠어?하고 장화와 우산을 챙겨서 빗속을 걸었다.
한 시간 여...
열두 시에 상영하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보기로 마음먹고 가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일까?
아님 이 영화관 망하려나?썰렁하다!
표를 받아서 기다리다 들어가 보니 에계~열 명도 안 된다.
내가 자리를 정한 관람석의 중간 부분에 쪼로록 모여서 오붓하게 봤다.
예전에 책을 보고 감명까진 아니어도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상영을 하기에 반신반의하며 갔었다.
아름다운 클라라와 좋은 친구로 함께 지내고 있던 정신과 의사 헥터가,정체성의 위기를 느껴 무작정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행복의 본질을 다양하게 모색해보곤 ,
'행복은 권리다.''행복은 의무다'라는 결론을 맺곤 연인 클라와의 오해를 화상통화로 풀곤 서둘러 귀향해서
친구 클라라와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는 ...
코끝이 찡해지는 면도 없진 않았으나 다소 호들갑스런 결말이 아쉬웠던 스토리였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누구나 그리워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불행을 피해 다니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느라 행복을 추구해 보지도 못하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은 삶 자체도 두려워 한다는 얼마간의 철학적 사유도 짚어 본, 좋은 편에 속하는 영화였고,
중간중간 고객들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 전화에 사과를 한 댓가로도 충분했다고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지나치게 로맨스에 치중한 듯한 아쉬움은 훨훨 털어버린 채 씩씩하게 부슬비를 뚫고 돌아와보니 ....
평소 형처럼 생각하던 고객님이 겉절이를 한 통이나 갖다 두고 가셨다.^*^
작년에도 겉절이와 총각김치를 넘치도록 받아먹었는데...
통을 갖다 드리며 건너편 가게에서 한우고기나 두어 근 끊어다 드려야겠다.
나의 행복여행도 훌륭하게 마무리하게 됐으니...
역시 나는 행복남이다!^*^